최근 해외 순방을 비롯해 물가 안정 등 외교, 경제 정책에 중점을 뒀던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황금연휴 기간 경찰·군인 등 공무원과 노인 등을 향한 민생 메시지를 내놓으며 '안전·안보'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 올린 민생 영수회담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내년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야당과의 갈등도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매일 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한가위 대국민 인사를 전한 후 첫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 터미널을 방문해 항공 화물 수출 현장을 둘러보고 현장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항공 화물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힘껏 지원할 것"이라며 "화물기 운항을 위해 힘쓰는 여러분들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추석 당일인 29일에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일본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 초청 오찬간담회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한이 그동안 여러분이 겪은 슬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정부는 동포 여러분의 아픔을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며 "정부가 여러분을 이렇게 모시기까지 7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위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중부경찰서 을지지구대와 중부소방서를 방문,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치안활동과 출동대기 중인 비상근무자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날 오후 을지지구대 현장 경찰관 10여명과 담화를 하며 명절에도 치안 활동에 여념이 없는 지구대원들에게 근무여건 개선을 약속했다. 이어서 중부소방서를 방문해 특별경계 근무현황을 보고 받고 출동 대기 중인 소방관들을 향해 "추석 연휴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하는 소방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감사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인 지난 1일에는 육군 25사단(상승비룡부대)을 방문해 장병들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군이 강력한 힘으로 국가안보를 지킬 때 국민도 여러분을 신뢰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이고, 안보와 경제는 하나"라며 "여러분이 안보 최전선에서의 헌신이 바로 우리의 경제와 산업을 일으키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망원경으로 북한군 초소를 직접 살핀 뒤 북한 무인기에 대해 "1초도 기다리지 말고 응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공개 일정이 없던 지난 2일 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27회 노인의 날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어르신들께 경의를 표한다"며 "우리가 오늘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어르신들의 피와 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추석 당일 윤 대통령에게 제안한 '민생 영수회담'에는 여전히 침묵으로 입장을 대신하는 상황에서 여야의 설전만 연휴 내내 이어졌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회동을 제안한 것은 지난해 8월 당대표 취임 이후 8번째로, 이번에도 대통령실은 무대응 기조로 일관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에 대해 '제왕적 총재' 시절에나 있었을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을 '제2의 방탄 전략', '위기 모면용'으로 규정하고 '여야 대표회담'부터 우선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지도부 파트너는 여당 지도부이지,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구속영장 기각이 이 대표의 여러 범죄 혐의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고 영장전담판사도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하니 이 대표는 본인 신상 문제로 국회를 공전에 빠트린 데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추석에 접한 민심"이라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사과 한마디 없이, 뜬금없이 민생 영수회담을 들고나온 것은 사실상 민생에 관심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려는 정략적 의도로 보인다는 게 국민 다수의 시각"이라며 "이 대표가 정말 민생에 몰두하고 싶으면 여야 지도부 간 대화 채널을 실효적으로 복원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영수회담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정부·여당을 압박하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추석 민심은 정치권이 합심해 민생을 살리라는데, 왜 영수회담을 회피하느냐"라며 "정부·여당의 머릿속에는 오직 정쟁과 야당 탄압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망하든 국민이 고통받든 경쟁자만 제거하면 권력 유지의 길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며 "야당 대표가 민생을 위한 진심 어린 제안을 했으면 최소한 품격과 예의는 지켜가면서 답하라. 야당을 헐뜯고 비난하고 막말만 던지는 것이 정부·여당의 정치일 수는 없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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