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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메가히트 상품스토리] 유한락스 "가난 때문에 불결해선 안 된다" 실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발버둥 치던 50년 전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기생충과 전염병에 대한 일화가 하나씩 있다. 그 시절 도시와 농어촌을 가리지 않던 청결, 위생 문제들은 수십년이 지난 현재, 그땐 그랬지 하는 추억담이 됐다. 이러한 변화에는 유한크로락스의 살균소독제 '유한락스'의 역할이 컸다.

 

유한크로락스가 현재 판매 중인 다양한 '유한락스' 상품들. /유한크로락스
1980년대 신문에 싣은 유한락스 광고. /유한크로락스

'유한락스'는 한국 유한양행이 1975년 출시한 국내 최초의 살균, 소독, 악취제거제다. 미국 크로락스사(社)가 개발한 차아염소산나트륨(Sodium hypochlorite, NaClO)을 유한양행이 수입해 '락스'로 이름붙였다. 이후 1993년 유한양행이 미국 크로락스와 합작회사 유한크로락스를 세웠고, 이때부터 유한락스는 유한크로락스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우리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사용할 때 '수영장 냄새'가 나는 살균소독제의 총칭을 유한락스, 락스로 통칭하는데, 이는 엄연한 고유명사다. 상품명이 일반명사화될 만큼 유한락스의 역사와 우리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컸다는 증거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대부분의 차아염소산나트륨 살균 소독제(락스)들이 모두 파란 뚜껑을 사용하는데, 이 역시 유한락스가 처음 출시될 때 선보인 파란 뚜껑이 락스 고유의 이미지로 굳어진 데서 왔다.

 

유한락스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활용한 염기성 살균소독제다. 산성물질과의 혼합 사용은 절대 금지한다. /유한크로락스

유한락스의 가장 큰 자랑은 저렴한 가격이다. 1L 가격이 고작 커피 1잔 값에 불과한데, 야채 세척에는 500배, 조리대 세척 등에는 200배 등 수백 배를 희석해 사용한다. 이 때문에 사실상 1회 사용시 10원 미만의 비용이 드는 수준이다. 살균 소독제로 이용되는 에탄올계, 암모늄계 등 소독제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동아일보에 실린 유한락스 전면광고. /유한크로락스

저렴한 가격에는 회사의 신념도 서려있다. 유한락스의 강력한 효과와 반비례한 저렴한 가격을 두고 유한크로락스 측은 자사 Q&A에서 그 이유를 밝혀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비싸지만 강력하고 편리하면서 안전한 살균 소독물질이 있다면 전 세계 보건기구가 나서서 반드시 그런 물질이나 기기의 가격을 낮춰야 합니다. 가난한 자가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불결할 수밖에 없다면, 공중 위생은 아무리 부유한 자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공중위생을 책임 지는 유한락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격이 저렴해야 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처음 세상에 등장한 유한락스 이후, 우리 사회의 위생은 놀랍도록 발전했다.

 

유한락스 후레쉬 출시 광고. /유한크로락스

유한락스의 원리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산화력에 있다.

 

염기성 세제인 락스는 사용시 강력한 산화력을 통해 곰팡이균 등 세균의 세포막을 파괴하고 물과 소금, 활성산소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파괴된 세포막 등이 '락스냄새'로 불리는 고유의 냄새를 발생시킨다. 즉, 락스냄새가 많이 날수록 세균 오염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분해 속도가 워낙 빠르고 세균 파괴 후에는 물과 소금으로 변하다 보니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유한락스는 하수구를 통해 흘려보내면 2분 내 96% 이상이 분해돼 물이 돼 흘러간다.

 

유한락스는 강력한 살균효과와 특유의 냄새로 '유독성 물질'로 오해받고 있다. /유한크로락스

다만, 강력한 효과와 더불어 냄새 탓에 유한락스는 수 년째 올바른 사용법과 잘못된 정보 바로잡기에 노력하고 있다.

 

유한락스는 출시 직후인 197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품 첨가물 허가까지 받아낸 '안전한 상품'이다. 회사가 제시한 방법으로 이용 시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임의로 부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나 살균소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근거로 다양한 오해가 있다. 과거 일본에서 한 주부가 통풍이 안 되는 화장실에서 염산과 락스를 함께 사용하다가 실신, 병원으로 옮겨진 후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락스의 유독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잘못 된 사용법의 대표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회사는 산소계 표백제나 산성물질과의 혼합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 염기성 물질인 만큼 염산 등과 섞을 경우 락스는 소금물이나 수산화나트륨으로 변화하며 세척력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염소 기체가 발생해 호흡기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한크로락스

유한락스는 지난해 브랜드 북 '더 화이트북'을 펴내고 락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잘못 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에 나섰다.

 

"100여 년 전 세균과 병균을 퇴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락스'의 존재감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의 발발로 인해 더욱 부각되었고, 수요가 높아질수록 살균, 소독, 표백을 대표하는 유한락스를 둘러싼 오해를 해소하고, 정체성을 확고히 할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유한락스의 행보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에 대한 유한크로락스 측의 멈추지 않는 고민과 엄숙한 자세에 있다.

 

'더 화이트 북' 유한크로락스 지음, 어반북스 출판. /유한크로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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