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안에 '인공모유'의 시대가 열린다. 사람이 태어나 처음 접하는 음식, 엄마의 젖이 인체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 여성의 유선 세포를 배양해 만들기 때문에 모유가 가진 영양소를 대부분 포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싱가포르 기업 터틀트리(Turtle Tree)가 만드는 새로운 미래다.
터틀트리는 세계 처음으로 소, 염소, 양, 낙타 등의 포유류 세포를 사용해 인공유(乳)를 만들기 시작한 생명공학기업이다. 우유에 들어있는 핵심 성분을 추출, 최첨단 정밀 발효 기술을 통해 배양 단백질 '락토페린 LF+'를 생산한다.
맥스 라이(Max Rye) 터틀트리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20일 메트로신문과 메트로경제가 주최한 '2023 푸드이노베이션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행사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그는 "한국은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이미 프리미엄 시장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며 "SK와 CJ 같은 한국 주요 기업들과의 협업 논의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행사 직후 라이 CSO를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 인공유는 어떻게 생산되나.
"수유 배지는 젖을 생산하는 어머니에게서 발견되는 영양소를 포함하는 혼합물이다. 이 세포들은 이 긴 튜브의 외부에 부착되어 있으며 작은 빨대처럼 보인다. 실제 이 빨대를 통과하면 다른 한 쪽 끝에서 우유가 흘러나오게 된다. 거대한 탱크 안에 이와 같은 수천개의 빨대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실제 이 탱크 안에서는 우유가 끊임없이 우유가 생산돼 흘러나올 수 있다."
- 왜 인공유가 필요한 건가.
"젖소나 염소 등의 포유류를 통해 우유를 얻는 지금의 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 산업이 뿜어내는 메탄가스와 온실가스는 전체 37%를 차지하며, 낙농으로 인한 사료 등의 많은 자원을 소비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산되는 우유도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먹일 수 없다. 우유 공급 둔화와 수요의 지속적 증가로 전세계 많은 인구가 우유 단백질 부족에 직면해 있다. 특히 비용의 문제로 우유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없는 국가들도 많다."
- 인공유가 유리한 점은.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공급망(Supply chain)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전 세계 어디나 이 탱크를 가져다 놓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탱크만 있다면 우리는 공급망에 의존할 필요도, 가축 사육에 대한 번거로움도, 오염에 대한 걱정도 모두 없이 매일 신선한 우유를 무제한 공급받을 수 있다."
터틀트리는 올해 우유의 핵심 단백질 락토페린을 가루 형태로 만든 제품 'LF+'를 출시할 예정이다. LF+는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싱가포르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락토페린은 무엇인가.
"모유는 물론 모든 포유류의 젖 안에 소량 들어있는 핵심 단백질이다. 면역체계와 장 건강 등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지만 젖을 가공해 우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두 사라진다. 우리는 이 핵심 단백질을 실험실에서 대량 배양해 가루 형태로 만든다. 이 제품을 우유나 분유, 요거트, 치즈, 버터 등 각종 유제품에 넣으면 면역력과 장 건강을 높이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식물성 우유에 LF+를 넣으면 비건들도 좋은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다."
- 락토페린은 안전한가.
"배양육이 항생제와 같은 안전성 이슈가 있는 반면, 정밀발효기술을 활용하는 인공유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우리가 생산하는 우유 단백질은 오랜 기간 사용 되어온 효모균(이스트)을 활용한 발효 과정을 거치며 어떤 화학제품이나 항생제도 활용하지 않는 순수한 물질이다. 이 때문에 배양육과는 다르게 빠른 제품화가 가능했다."
- LF+가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락토페린을 포함하면 프리미엄 유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 프리미엄 제품을 소비할 수 있는 부유한 나라들이 최우선 타깃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현재 중국의 수요가 가장 많으며, 일본도 이미 락토페린을 사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한국도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다."
- 한국 시장은 어떤가.
"한국도 프리미엄 시장 중에 하나다. 한국은 헬스케어에 매우 진심이고 기꺼이 이러한 프리미엄 제품을 받아들인다. 단순히 마케팅뿐 아니라 실제 과학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고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 한국 기업들과의 교류도 이루어지나.
"이제까지 투자자들과의 접촉이 몇차례 이루어졌고 현재 SK와 CJ 같은 대기업들에서도 협업 제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실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진다면 단기간 내 한국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2019년 설립된 터틀트리는 현재까지 세포 기반 식품 부문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인 최근 3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에 이어 4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특히 터틀트리는 인간의 유선 세포를 배양해 유아에게 먹일 수 있는 '인공모유'를 개발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 실제 인공모유 생산은 가능한가.
"간단히 답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길게 말하자면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유는 우유보다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주 많은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아이의 발육 과정, 몸 상태에 따라 매주, 심지어는 하루 만에도 성분이 바뀌는 것이 모유다. 이 때문에 모유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으며 현재 실험실에서는 모유에 포함된 다양한 단백질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이를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 대량 생산하는 과정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앞으로 8~10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투자자들은 터틀트리의 어떤 가능성을 본건가.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인다.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현재 그리고 앞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들을 생산한다. 동물과 인간, 지구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무엇을 계속 원하는가에 미래의 지속가능성이 달렸다고 본다."
라이 CSO는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IT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IT 전문가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린 펑루 현 터틀트리 최고경영자(CEO)를 우연히 만나 푸드테크 산업으로 시선을 돌린 후 지금에 이르렀다.
- 왜 푸드테크였나.
"늘 인류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고, 기후변화, 식량문제 등 지구가 마주한 문제들에 대해 끝 없이 고민해 왔다. IT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뒤늦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입학해 바이오테크놀로지 석사과정을 거쳤다. 이후 매일매일이 흥미롭고 만족스럽다."
- 푸드테크를 통해 어떤 혁신을 이루고 싶나.
"현재 터틀트리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실제 수요다.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떠나, 실제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푸드테크의 가장 큰 이슈는 기능성 영양(Functional Nutrition)이다. 단순히 음식이 아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한 영양소를 찾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변화를 만들고 싶다."
라이 CSO는 푸드테크 산업이 성장하려면 '협업'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남겼다. 한국 기업과 정부가 원한다면 기꺼이 지원하고 도울 의향이 있다고 했다.
- 푸드테크산업 발전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한 기업이 모든 퍼즐을 맞춰나갈 필요는 없다. 미국 보스톤이 특별한 이유는 여러 기관과 기업이 함께 퍼즐을 맞출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데 있다. 한 기업이 모든 퍼즐을 맞추려다보면 뒤쳐진다. 충분한 자금력만으로도 부족하다. '퍼스트 무버'가 되고 싶다면 협업과 파트너십이 필수다. 규제당국은 분명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 음식은 특히 안전성의 이슈가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한국 정부가 필요하다면 우리의 데이터를 기꺼이 나누고 우리가 겪고 있는 안전성에 대한 이슈를 공유해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데 협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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