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총선용 포퓰리즘 지적에 부담느낀 정치권 재논의
국민의힘 민주당 재정준칙 도입 나서라고 촉구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소위 통과에 정치권이 '총선용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자, 여야가 17일 이를 재논의하겠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에서 예타 면제 기준 완화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여야 간사 간 협의 하에 상정하지 않았다.
예타는 일정 기준 이상 재정이 소요되는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해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실시하는 사전 검증 및 평가다. 개정안은 예타 조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사회간접자본(SOC), 국가연구개발(R&D) 사업 등의 총 사업비 기준 금액을 현행 500억원 이상(국비 300억원 이상 투입)에서 1000억원 이상(국비 500억원 이상 투입)으로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재위는 지난 12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예타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지난 1999년 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다.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올 2월까지 30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세수 결손 우려가 나오는 등 나라 곳간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두고 지적이 이어졌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지역구의 거대 토목 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여야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인 술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9년까지 도로 부문 및 철도 부문이 각각 252건과 132건으로 그간 수행된 예타 조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예타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의 기존 입장은 재정건정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재정준칙' 입법과 예타 면제를 연계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재정준칙에 대한 국회 논의는 장기간 표류 중이다.
이에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간사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에게 접촉해 해당 법안을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17일 기재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상임위를 통과하고 다음 본회의에 상정될 수순이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예타면제 완화는 물가상승과 사업 원가 상승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지만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예타면제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우려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문제"라며 " 이에 민생이 몹시 어려운 현 상황에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후 법안을 더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민주당의 반대로 미루어졌던 재정준칙 법제화 논의도 즉시 재개되어야 할 것"이라며 야당에 재정준칙 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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