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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퍼스트무버의 과제] 신종 대형 재난 없는 서울, 가능한가?

지난 10월31일 오전 한 시민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국화꽃을 헌화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한국이 패스트팔로워(신규 정책을 빠르게 쫓아가는 전략을 취하는 국가)에서 퍼스트 무버(새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로 국가적 전략이 전환되면서 인구 천만의 도시, 수도 서울에도 선진국의 모범 사례를 참고해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재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서울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초대형 물난리가 났다. 지난 10월 29일에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 맞이하는 핼러윈데이에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약 160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메트로신문은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신종 대형 재난 관련 서울시의 예방 대책을 점검해 본다.

 

◆기후변화발 국지성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 예방책은?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서울시

지난해 8월 서울에는 시간당 최대 141.5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동작구의 8월8~9일 누적 강우량은 515mm에 달했다. 해당 기간 서초구에는 480.5mm, 관악구 463.5mm, 강남구 439.5mm, 구로구 410mm의 비가 각각 내렸다.

 

당시 8명이 사망하고 2만76건의 시설 피해가 났다. 재산 피해액은 683억원에 이른다. 이외에 하천 범람 1건(도림천), 대형 건축물 지하 침수 21개소, 지하철 역사 침수 4곳, 지하차도 침수 16개소, 주택사면 및 담장파손 59건, 이재민·대피자가 5632명 발생하는 피해도 있었다.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치수안전과는 "방재시설 확충, 24시간 모니터링 및 실시간 대응체계 마련으로 하천사고 등을 예방했으나 이상기후에 따른 폭우 발생으로 대규모 침수피해가 나면서 대응 대책의 한계가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서울의 방재성능 목표는 시간당 95mm의 강우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기후변화로 시간당 14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방재시설이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면서 피해가 일파만파 커진 것이다. 이후 시는 관내 모든 방재시설이 시간당 100~110mm의 폭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방재성능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시 치수안전과는 "이상기후에 따라 강우, 계측 데이터 등 각종 자료 분석을 통한 사전 통제, 예측 대응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이러한 대응 체계가 미흡했다"면서 "반지하 주택, 저지대 도로, 지하 주차장 같은 침수 우려 지역에 대한 세부 대처 계획도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시는 ▲침수 우려 지역에 자율방재단과 주민으로 구성된 '지역사회 협력 거버넌스' 구축 ▲서울시내 일반도로 침수 대비 '도로통제 매뉴얼' 마련 ▲수해 발생 시 서울시와 자치구 재난대책본부간 중간자 역할 수행 전담 인력 '현장지원관' 파견 ▲대형건물 지하공간 침수 방지 및 신속 배수 위한 중형 양수기 구매·배치 ▲반지하에 역류방지시설, 물막이판 같은 침수방지시설 확충 등을 추진키로 했다.

 

마드리드 아로요프레스노 빗물저류조./ 마드리드 시청 홈페이지

이번에 시가 마련한 '이상폭우 대비 풍수해 종합안전대책' 시행에 있어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건 총 1조5000억의 사업비가 드는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설치 프로젝트다. 시는 1단계로 올해부터 2027년까지 강남역·도림천·광화문 일대에, 2단계로 2025년부터 2032년까지 사당역·한강로·길동 일대에 대심도 배수터널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수관 확장은 공사비보다 많은 보상비·지장물 이설비가 필요하고 교통을 전면 통제해 시민 불편을 야기하며, 빗물저류조 설치의 경우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분산 조성된 저류조를 유지 관리하기 곤란하다는 판단에서다. 시는 도시 지역의 지하 40~50m 깊이에 큰 물길을 만드는 대심도 배수터널이 공공의 편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은 정말로 수해 예방에 효과가 있는 걸까. 시는 빗물배수터널을 이미 구축한 신월 지역이 지난 여름 폭우 때 피해가 작았다는 것을 시설 설치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지난 8월8일 해당 지역엔 시간당 59.5mm, 일 강수량 164.5mm로 비가 적게 내려 신월 배수터널의 효과를 입증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에 대해 한유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신월시장이 있는 지역은 비가 30~40mm만 와도 침수가 많이 되는 지역이다. 이번에 비가 시간당 약 60mm가 왔는데도 피해가 안 난 거는 빗물배수터널의 효과가 나름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는 지난 2011년 강남역, 동작구 신대방역을 포함 서울 전역 7곳에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사용 빈도가 적다는 이유로 실효성 논란이 일어 신월 지역을 제외한 6곳은 건설 계획이 무산됐다. 시에 따르면, 2020년 완공된 신월 빗물배수터널은 현재까지 총 49회 가동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설치 사업의 비용·편익 분석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한유석 물순환안전국장은 "대규모 개발 사업을 할 때 B/C(비용 대 편익: 1 이상이면 경제적 타당성 있음) 분석을 하도록 돼 있지만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설치는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재난 관련 사업으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돼 바로 기공에 들어가게 된다"고 답변했다.

 

◆매뉴얼 없는 사고, 대응책은?

 

지난 10월30일 오전 핼러윈을 앞두고 열린 행사에 대규모 인파가 몰려 35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지난해 10월 29일에는 용산구 이태원에서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3년 만의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맞아 코로나19 전보다 30% 많은 13만명의 인파가 이태원에 몰려 해밀턴호텔 서쪽 골목길에서 158명이 숨지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태원 압사 사고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로 기록됐다. 시는 이 같은 압사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난11월28일부터 안전총괄실 안전지원과에 인파관리팀을 신설·운영하기 시작했다. 해당 조직은 ▲다중인파 밀집지역 분석 및 평가 ▲행사·축제 현황 관리와 안전대책 수립 ▲인파관리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임무를 맡는다.

 

서준원 서울시 인파관리팀장은 "연말연시 인파가 밀집되는 지역을 총괄해 안전관리대책을 세우고 현장 점검을 나가 불법주정차, 적치물 등을 처리했다"면서 "당장 보식각 타종행사와 해맞이 축제 등을 챙기고 새해부터 인파관리 중장기계획 수립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0월31일 오전 한 시민이 용산구 녹사평역 앞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시는 지난 11월 인파관리팀과 함께 재난대응팀도 새롭게 만들었다. 재난대응팀은 ▲재난 발생 시 초기 대응 총괄 관리 ▲재난 관련 현안 사항 처리 ▲서울시 위기관리 매뉴얼 총괄 관리 ▲재난 발생 때 현장상황 관리 및 보고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운영 총괄 관리 ▲위기관리 매뉴얼 훈련 시행 ▲재난대응 모의훈련 실시 ▲관계기관 협업체계 구축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매뉴얼이 없는 사고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정현 서울시 재난대응팀장은 "어떤 재난이든 간에 '서울특별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 시행규칙'에 의거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과 절차는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재난별로 어느 곳이 주무부서가 돼 수습하는지 나와 있고, 기본적으로 이 틀에 따라 시에서 재난에 대응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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