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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황

[레고랜드發 PF 위기-상] 처음부터 무리수였나…PF 시장 불신 기폭제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촉발된 국내 채권 시장의 불안감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숱한 논란에 휩싸였던 레고랜드PF와 이를 기반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CP)대출이 이제는 지급 보증 이슈로 확대되면서 자본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상황이다. 가파른 금리인상 시기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부동산 PF시장의 한계도 있지만 사실상 국채로 취급받던 지자체 보증채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점에서 시장은 더욱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충분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고 신속히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안전판을 깔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 자본시장 상황과 효과적 대응책을 모색해본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레고랜드 개발사업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가 발행한 2050억원의 ABCP는 증권사 10곳, 운용사 1곳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550억원), IBK투자증권(250억원),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200억원),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DB금융투자(150억원), 유안타증권·KB증권(50억원) 등 총 195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100억원은 멀티에셋자산운용의 펀드가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가 보유한 레고랜드 ABCP 모두 신탁 혹은 위탁계좌 등 법인 고객이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 고유계정 편입분이나 개인 고객 계정에 편입된 금액은 없어 손실이 날 경우 법인 투자자 손실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레고랜드사업, 무리수였나...논란 속에 터진 지자체 보증 디폴트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는 사업 추진 11년만인 지난 5월에서야 문을 열었다. 당초 강원도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개장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면서 레고랜드가 들어설 자리에 선사 유적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후 강원도가 문화재청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에 선사유적공원 조성 등을 내걸면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 12월 이전에 완공하기로 한 선사유적 테마파크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개장 첫 날인 지난 5월 시설의 추진부터 건설 과정에 문제점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레고랜드는 사업 초기 시행사 관계자가 구속됐으며, 춘천시 부시장 체포, 시공사 변경으로 착공식이 미뤄지기도 했다. 테마파크 부지를 100년간 무상임대, 각종 세금 감면, 4000대 규모의 주차장 제공 등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400억원 이하일 경우 강원도가 받을 배당이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비판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일단 강원도로서는 추가적 부실을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지난달 28일 사업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빌린 2050억원의 차환 보증 거절 결정을 내린 셈이다.

 

◆유동성 경색 PF시장, 일촉즉발 위기국면으로

 

그러나 강원도의 이번 결정은 기준금리 급등으로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던 채권시장에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곧바로 레고랜드 ABCP 신용등급을 'D(상환 불능)'로 강등했다. 신평사들은 일제히 지자체의 신용보강에 의해 설립된 유동화 회사의 신용도 점검에 착수하는 등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강원도 측은 지급 보증의무를 다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전날 열린 도정 질문에서 GJC 회생 신청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했으며, 기각될 경우에 대비한 '플랜B'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레고랜드 ABCP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은 강원도에 이날 질의서를 보내 플랜B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가 던진 충격파는 단기채 시장은 물론 PF시장 전체의 유동성 경색을 심화시켰고 발행 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현재 증권사가 신용보강한 PF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46조100억원이고 건설사 신용보강분까지 합치면 전체 발행 잔액은 6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최상위(A1) CP 91일물 금리는 이날 오전까지도 전거래일 대비 0.06%포인트 오르면서 4.00%에 달했다. 지난달 21일 연 3.13%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금리가 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를 끊임없이 높여가며 투자자를 찾는 상황이다. 레고랜드 ABCP를 포함 각 지자체가 보증한 단기채를 편입한 채권펀드에서는 환매요구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사들은 그나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다른 국공채를 팔거나 우량 회사채를 할인해 팔아서 환매를 응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때문에 일부 중소형 증권사가 확약한 ABCP 금리는 연 15% 수준까지 치솟는 등 그야말로 돌려막기식 자금융통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중소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채권시장에서는 남들보다 먼저 던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여전채, 전자단기사채는 물론 우량 등급 회사채까지 소화가 안된다"며 "롯데건설이 전날 2000억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도 이같은 자본시장 경색에 따른 선제적 대응차원"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실질적인 상환없이 법적인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만으로는,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은 금전적 손실 확률이 낮은 '무위험자산'으로 여겨지는데, 이러한 상품이 부도가 나면서 채권시장의 신용에 금이 가버렸다"며 "금융시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자금 경색이 발생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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