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국제 관계에서 외교는 없다. 우리가 기술 하나만 압도적 패권을 갖고 있으면 자유로워진다. 대한민국의 자유는 기술패권에서 나올 것이다."
양향자 의원(광주 서구을·무소속)은 자타가 공인하는 300명의 21대 국회의원 중 유일한 반도체 전문가다. 양 의원은 1985년 이름도 생소했던 삼성전자 기흥연구소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해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까지 오른 '반도체인'이기도 하다.
양향자 의원과 <메트로경제>는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대한민국이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해 나아갈 방향 등 다양한 반도체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양 의원은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반도체산업 지원과 인력 양성을 위한 'K칩스법'을 발의하며 반도체산업의 수호와 육성을 위한 규제개혁, 투자촉진, 인재양성은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정활동의 목표에 대해 "첫째도 국익, 둘째도 국익 우선"이라고 거듭 밝힌 양 의원은 '투자 타이밍'이 중요한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야가 정쟁과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의 번영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낼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 의원은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강국인 대한민국도 반도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만큼 국회 차원에서의 '2기 반도체 특위'를 하루빨리 구성해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양향자 의원과의 일문일답.
-1985년 삼성전자 기흥연구소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해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 승진까지 '반도체인'으로 살아왔다. 앞으로 반도체인이자 국회의원으로서 목표는.
"제2의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의 초석을 놓고 싶다. 대한민국 메모리 반도체산업이 30년 넘게 세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와 기업, 산·학·연 모두가 합심한 결과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패러다임이 시스템 반도체로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팹리스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다방면에서 우리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초석을 다져야 한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분야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반도체 중요성은 지난 10년과 비교해 얼마나 커졌고,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1977년 퍼스널컴퓨터(PC)의 등장으로 시작된 정보산업 혁명 이후 15년마다 인류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1992년 디지털 혁명과 2007년 모바일 혁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컨버전스가 이뤄졌다. 그리고 2022년 올해 반도체 나노 기술을 이용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AI(인공지능), 데이터, 메타버스 등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과 환경이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무어의 법칙' 중심에 반도체가 위치해 있고, 15년 뒤 우리의 삶은 지금 우리가 예측하는 범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4차 산업혁명이 폭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금,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비례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메모리 반도체산업에 치중돼 있는 우리도 하루빨리 비메모리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글로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기술 주도권을 누가 갖는가가 미래 세계 패권의 순위를 결정할 것이다."
-올해 1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했고, 이후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을 맡으면서 후속 법안인 'K칩스법(반도체특별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도 발의했다. 후속 법안 특징과 추가로 필요한 지원이나 대책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반도체산업 육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한국형 'K칩스법'이다. 반도체 산업 육성은 이제 시대정신이 됐다. 미국의 'Chips for America Act', 유럽연합(EU)의 'EU Chips Act'와 같이 우리도 경쟁국에 상응하는 지원책을 마련하고자 반도체특위 출범 후 5차례의 회의 및 8개 부처 장·차관과 함께한 당정협의회를 통해 여·야·정·산·학의 의견을 모은 법안이다."
"K칩스법은 소부장 도약을 위한 반도체 생태계 강화법으로 대기업뿐 아니라 소부장 기업들이 큰 혜택을 보는 법이기도 하다. 세액공제 혜택의 경우 대기업 최대 25%, 중견기업 30%, 중소기업 35%로 중소중견기업들의 세제 혜택 강화를 통해 기술력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또, 반도체특화단지 조성 단계부터 국가가 지원하고, 각종 인허가 신속처리기간 절반 단축 등 행정규제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던 중소중견기업들의 오랜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내용도 담았다. K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인재양성이 본격화되면 만성적인 반도체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중견기업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반도체 특위 시즌2'를 통해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을 위한 지원 입법과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산업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K칩스법 관련 대기업 특혜 의혹, 반도체 특화 지원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 일각의 지적도 있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산업으로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제조업 투자의 55%를 담당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대기업 한 곳이 아닌 국내산업 전체에 미치는 효과가 커 국가적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이 국내 전체산업에 낙수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일각에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관이나 정부, 상임위원, 시민들은 각기 중요한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법안을 검토하게 된다.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정량적 데이터에 기반한 더 좋은 법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적은 필요하다."
-미래먹거리 육성 차원에서 반도체산업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감은 하지만,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와 같은 상설특위 구성은 안 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한 번의 실기가 영원한 패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90년대 반도체산업 선두국가였던 일본, 반도체산업이 태동한 미국도 순간의 실기로 인해 주도권 싸움에 뒤쳐졌다.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패러다임이 조정되고 있는 지금, 미국과 일본,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반도체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우리도 하루빨리 정쟁을 멈추고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반도체 업계는 기존 산업단지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투자 여력은 없다고 보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지자체장은 발로 뛰는 지역 대표 셀러리맨이 돼야 한다. 기업에서 영업하는 사람도 자신의 제품에 대한 강점과 특징, 금액, 마진 등을 고려해 세일즈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반도체 산단조성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지만, 정작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공약은 보이지 않은 상황이었다. 투자는 국가가 아닌 기업이 하는 것으로,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먼저 갖춰야 기업 유치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간 경쟁이 아닌 글로벌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 발표한 K칩스법이 1년 전에 통과되었다면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결정도 바뀔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 우리의 현실은 단지 조성에만 5~10년이 소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 매력이 타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자체 간 경쟁이 무의미한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칩4 참여에 따른 업계 우려가 크다. 미국의 중국 투자 제한이나 중국의 제재를 두려워하는 찬반이 팽팽하다. 칩4를 어떻게 봐야 할지,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칩4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지만, 국익을 위해서도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는 미국의 단일 패권 체제로 미국의 기술, 특허, 장비, 인프라 없이는 반도체 라인 하나 증설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 국가로 가입 조건 협상에 유리한 지렛대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입 후에도 충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존 뉴퍼 회장이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은 모든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게 아닌 생산 균형을 맞추는데 의의가 있다고 한 것처럼 칩4가 중국을 배제하는 네거티브한 그룹이 아닌 OPEC처럼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포지티브한 기구로 전환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이 가능하도록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규칙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고는 교육을 위한 설비는 물론 교수진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술은 결국 인재다. 인재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반도체는 매우 고도화된 업무역량이 요구되고 있으나 우수한 학생이 몰리는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의 어려움, 의대 및 플랫폼 사업으로의 쏠림현상 등 만성적인 인력 부족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 기업들이 지금까지 기술력 추격까지는 어느 정도 가능했으나 절대적인 기술자 숫자 차이로 기술력 선도 단계로 진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세계의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로 규정할 것인가부터 해야 한다. 기술 허브 국가, 기술 플랫폼 국가라고 한다면 그런 국가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산업을 위치시키고, 한정된 재원을 어떤 형태로 써서 미래를 담보할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한다. 수도권-비수도권 경계를 나누는 등 이분법적인 시각을 버려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되면서 '뉴 삼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양 의원은 이 부회장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또 국회 차원의 입법 지원은 어떤 것이 있는가.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보다 기술에서 앞서도 국가 인프라 지원을 덜 받고 있다. 개별 기업과 기업 총수 차원을 넘어 세계의 반도체 대기업들이 투자 여력이 충분함에도 국내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국내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국에 투자할 만한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TSMC보다 인프라·세제·인재 지원의 모든 영역에서 취약한 상황이다. 기업만의 힘으로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겠는가? 반도체 세계대전 승리를 위해서는 우리도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라는 전장에서 최전방에 선 장수다. '삼성은 악의 축'이라는 과거 인식에서 정치권도 확실하게 탈피해야 한다. 이제 (삼성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기업이라는 인식으로 바뀌니까 국민도 응원하는 게 아닌가. 앞으로 반도체산업이 팽창하는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 전체를 담당해야 하는 만큼,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글로벌 시장에서 이 부회장이 최고의 장수로 뛰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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