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116) 버려진 둔치서 아름다운 수변공원으로 재탄생한 양천구 목동 '실개천 생태공원'

지난 17일 오후 시민들이 실개천 생태공원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구세계를 상징하는 유럽과 신세계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화적 충돌과 갈등이라는 주제에 천착한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묘비에는 '대서양 양편의 한 세대를 해석해 낸 사람'이라는 비문이 적혀 있다. 그는 생전에 "작가는 아무 것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헨리 제임스의 말처럼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 실개천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훗날 싯가락으로 풀어낸 시인이 있다.

 

'하트 모양으로 실개천에 / 떨어진 봄비를 사랑하며 / 살포시 품어주는 그대는 / 영원한 동반자로 흐른다 // 실개천의 버들강아지에 / 빗방울 아스라이 매달려 / 살랑거리는 바람결 타고 / 리듬에 맞춰 노래 부른다.'

 

이동로 시인이 쓴 시 '봄비 만난 실개천'의 한 부분에서 우리는 생명이 꿈틀거리는 봄의 천변을 마주하게 된다. 실개천은 여름에 어떤 모습으로 새단장을 하고, 사람들을 맞고 있을까.

 

◆침수 다발 지역, 실개천 품은 공원되다

 

17일 오후 시민들이 실개천 생태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실개천 생태공원'을 방문했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와 안양천쪽으로 547m(도보 8분)을 걸었다. '실개천 생태공원'에 들어서기 위해 오목교 밑으로 내려갔다. 공원 입구에는 흰색, 분홍색, 자주색 주름치마를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놓은 듯한 모양의 미국부용 수백송이가 심어져 있었다. 꽃대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사람들이 손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보여 정답게 느껴졌다.

 

이달 17일 오후 실개천 생태공원을 방문한 어린이가 잠자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실개천 생태공원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하 서울국토청)이 친환경 자연하천 조성을 목표로 2005년부터 추진해온 '안양천 하류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과거 안양천 둔치는 매년 여름철이면 2~3회씩 물에 잠기는 침수 다발 지역이었다. 해마다 반복된 침수의 영향으로 이물질이 퇴적돼 유해식물 등 잡초가 무성했다.

 

구는 "침수피해가 염려되는 안양천 둔치에 소중한 국가 예산을 들여 실개천을 조성하기까지는 갈등과 고민의 과정이 있었다"며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침수 피해가 예상돼 양천구와 서울국토청은 이를 해결하고자 도시의 수변 공간 확충과 효율적인 하천 이용, 향후 관리방안을 끊임없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17일 오후 실개천 생태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국토청은 2007년 안양천 하류정비사업에 대한 설계를 마치고 예산 확보 등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09년부터 서울 금천구 기아대교에서 강서구 염창동에 이르는 안양천 하류 14.4km 구간의 공사를 시작해 2014년 12월 준공했다.

 

안양천과 접한 자치구 중 양천구에 처음 조성된 실개천 생태공원의 면적은 2만㎡다. 공원에는 산책로(564m)와 실개천(264m)이 만들어졌다. 그외 시설로는 다목적 피크닉 광장, 자연학습장 등이 마련됐다.

 

◆어린이들 웃음소리 가득한 생태학습장

 

지난 17일 오후 한 어린이가 실개천 생태공원에서 곤충 채집망을 이용해 잠자리를 잡으려 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17일 오후 실개천 생태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은 곤충 채집에 몰두했다. 손에 형광색 잠자리채를 쥔 아이들이 공원을 휘젓고 다녔다. 부모들은 곤충 채집통을 들고 잰걸음으로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기 바빴다.

 

하늘색 야구모자를 쓴 어린이가 "와, 이번엔 고추(잠자리)다!"라고 신나서 외쳤다. 아이의 보호자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제, 그만. 마지막이야"라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는 "아, 왜! 더 있다가"라며 집에 가기 싫어 칭얼댔다. 이 친구의 곤충 채집통에는 이미 9마리가 넘는 잠자리가 잡혀 있는 상태였다.

 

이달 17일 오후 실개천 생태공원에서 물달팽이가 발견됐다./ 김현정 기자

곤충 채집을 위한 장비를 가지고 나오지 않은 아이들은 맨손으로 물웅덩이 바닥을 쓸며 뭐라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6살쯤 돼 보이는 꼬마 하나가 3분 넘게 한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개천 안을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었다. 아이는 시냇물 바닥에 쌓인 돌 위를 물달팽이들이 느릿느릿 기어 다니는 모습을 구경하며 즐거워했다.

 

17일 오후 실개천 생태공원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물웅덩이 옆 풀숲에서는 DSLR 카메라를 든 청소년들이 새끼손가락 두마디 정도 크기의 작은 개구리를 모델로 삼아 접사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날 실개천 생태공원에서는 물달팽이, 개구리뿐만 아니라 노래방 미러볼처럼 생긴 수국, 옥수수 모양의 긴산꼬리풀, 핫도그용 소시지 같은 부들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구는 "실개천 생태공원은 서울국토청과 양천구 간의 대화와 소통, 주민참여, 공무원의 창의적인 생각과 열정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자연문화 공간"이라며 "주민이 즐겨찾는 안전하고 쾌적한 수변공원이 될 수 있도록 실개천 생태공원을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