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만남에서 논의해야 할 현안들이 쌓여가고 있다. 임기 말 인사권 행사,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등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이번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청와대는 쌓여가는 현안에 원론적인 입장만 내고 있다. 이에 신구(新舊) 권력 갈등이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논의해야 할 현안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3월까지 임기인 한국은행 총재 후임 인선,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을 두고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한 차례 충돌하면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5월 9일 임기까지 인사권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당선인 측은 차기 정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반박한다.
양측 갈등으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예정된 첫 만남은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두고 청와대 측과 다투는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다만 21일부터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 문제와 관련한 실무 협의를 재개하기로 해, 주요 갈등 의제가 일정 부분 조율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 있다"고 말한 이후 양측 간 갈등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방침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발표와 함께, 해당 문제가 문 대통령 협조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집무실 이전에 사용할) 예비비 문제나 이전 문제는 이 정부의 인수인계 업무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청와대는 21일 "이 문제가 인수위원회를 통해서 현 정부에 정확히 제안 된 것인지, 제출된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정식 과정을 통해서 제안이 되고, 요청이 오면 정해진 과정들에 의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침을 밝힌 데 대한 비판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가운데 "내일(22일) 국무회의는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심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다른 안건들이 있을 텐데 그것을 국무회의에 올려 심의·의결할 거냐 하는 문제는 별개"라며 이같이 밝혔다.
21일 예정된 국무회의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469억 원이 심의·의결될 것이라고 밝힌 윤 당선인 측 입장을 반박하는 상황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다만 박 수석은 "필요하면 임시 국무회의를 언제든지 열 수 있는 제도적 문제"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 협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만남이 늦어져 신구(新舊) 권력 갈등도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박 수석은 "(신·구 권력 갈등은) 청와대뿐만이 아니라 당선인 측에서도 부담일 것"이라며 "물리적인 비교보다는 신뢰를 가지고 진심으로 다음 정부가 문재인 정부보다는 더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두 분의 대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용을 충실하게 잘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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