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이 개정되며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출범했지만, 개보위가 아직 데이터 활용보다 보호 중심에 머물러 있고 금융위원회가 여전히 주도권을 잡고 있어 '미완의 거버넌스' 체계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네이버 이진규 CPO(개인정보보호책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해 14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2020 데이터 진흥주간'의 첫날 행사로 개최된 '2020 데이터 그랜드 컨퍼런스'에서 "이 같은 문제로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경제에서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환경이 구축되고 그 기초재료로 데이터가 확보되어야만 우리가 원하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CPO는 "구글은 이미 3년 전 '모바일 퍼스트'에서 '인공지능 퍼스트'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고, 모든 서비스를 다 인공지능 기반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우리 정부는 다소 늦었지만 데이터 3법 개정으로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려 하고 있다"며 "그동안 규제가 일관성과 통합성이 없고 세계 추세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8월 시행된 데이터 3법 개정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데이터 3법 개정에도 어디까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며 "데이터가 반출되면 관리가 어려운 문제도 있고, 다른 법에도 여전히 많은 규제가 남아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이용자 동의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사업자들이 개인정보 데이터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처벌 규정도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보호 의무 위반시 형사처벌하지만, 해외에서는 중요한 정보가 유출됐을 때 처벌하는 등 규정이 국내보다 완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CPO는 "일본에서는 여러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공동으로 수집하도록 하는데, 데이터를 활용하다 의도치 않게 위반해도 바로 처벌하는 게 아니라 시정명령을 하고, 불이행하면 처벌하게 된다"며 "미국도 개인정보 유출이 됐을 때 모두 처벌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금융데이터가 유출됐을 때만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이 CPO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가명정보도 사회적인 인식, 법적 개념, 현장의 인식이 모두 달라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가명정보는 다른 가명정보와 결합해 더 큰 정보가 되는 만큼, 가명정보 분석으로 더 딥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활용하지 못한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화해 모든 주체가 누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명정보 결합에 따라 온오프라인 통합 인텔리전스가 가능한 데, 사업자들이 이를 통합해 서비스로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이날 개막식 기조강연에서 "빅데이터가 하나의 인더스트리로 성장하기 위해 무엇보다 양질의 데이터가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데이터를 사용해 일을 할 때 데이터가 엉망이었는 데, 이는 데이터를 오랫동안 저장만 하고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노이즈를 버리고 양질의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 지가 가장 큰 화두"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딥페이지 문제가 대두되고, 침실에 두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평소 하는 말을 다 듣는데, 시스템을 해킹하면 누군가 우리의 침실을 옅볼 수 있고, 해킹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도로에서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데이터를 만져본 사람도 턱 없이 부족해 인재 양성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빅데이터를 강조하지만 빅데이터 만으로 성장한다면 이는 빅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대기업에만 유리하게 돌아간다"며 "스몰데이터 러닝이 더 활성화돼 이를 인공지능 등에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클라우드 시스템도 다각화되고 데이터를 잘 모아 분석하고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더해져 위조, 변조 없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서비스하는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졌다"며 "데이터 시대에는 특히 신뢰가 가장 중요해, 내 데이터를 남에게 맡길 수 있을 정도의 신뢰 사회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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