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지 못합니다. 30~40%의 수익을 낼 수도 없습니다. 다만, 3년 이상 자산을 투자한다면 7~8%의 수익을 약속하겠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1위 기업인 파운트의 김영빈 대표는 다른 AI 투자 회사들이 AI로 미래를 어떻게 예측할지 얘기하고 솔깃할 만큼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때, 다소 실망할 법한 실현 가능한 수익률을 고객에 제시해왔다.
그는 "AI 기술로 내일 어느 회사 주식이 오를 지 예측한다면 저도 오늘 주식을 사겠다. 하지만 현재의 AI로는 이 같은 예측을 불가능하다"며 항상 AI의 한계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안내해오고 있다.
김 대표가 2015년 11월 파운트를 설립했을 당시, 이미 몇몇 기업들이 사업을 시작해 선발주자도 아니었고, AI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 개발한 AI 프로토타입에서 한계점을 깨달고 초기 모델을 부수고 안정적인 모델을 개발하기까지 3년 반이 걸렸다.
파운트가 지난해와 올해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 선두주자로 껑충 올라설 수 있었었던 것은 허풍을 치지 않고 고객에 지킬 수 있는 약속만을 내걸었고 그 약속을 꾸준히 지켜낸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늘 고객에게 솔직하게 말해왔는데, 그 점이 좋아서 파운트를 선택한 금융기관도 있었다"며 "약속을 지켜왔기에 한번 연을 맺으면 관계가 지속돼 우리은행이 3차 사업까지, 흥국생명도 2차까지, 메트라이프생명도 재계약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9월 말 기준으로 파운트는 업계 2위에 비해 2배 이상 운용자산이 많은 시장 선두업체로, 11월 말 기준 운용자산이 81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운용자금이 6배 이상 늘었으며, 회원 수가 8만5986명으로 7299명 대비 11배 이상 급증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언택트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고객들이 AI 투자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며 "현금 가치가 떨어지고 금리가 낮아져 기대 수익률도 떨어진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한번 투자한 사람이 가족, 친구에게 소개하는 입소문의 힘이 컸어요. 하루에만 560개 이상 계좌가 개설된 적이 있었는데, 이는 금융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치예요."
아직은 기관이 80%로 고객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개인 고객 중에서는 30대가 대부분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10만원부터 이용하도록 문턱을 크게 낮춘 덕이다. 목돈이 있어야 투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커피값 모아 1000만원 만들기', '30살부터 하루 1만원, 든든연금'과 같이 하루 몇 천원부터 투자할 상품을 갖추고 있다.
파운트 앱을 설치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금을 입금하면, 신한금융투자와 제휴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돈은 신한금융투자에 들어간다. 이미 20개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파운트의 AI 솔루션을 도입해 10월 말 기준 이를 활용해 운용되는 금액만도 3조원에 이른다.
김 대표가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을 시작한 것은 서울대 경제학 학사와 서울대 로스쿨에서 석사를 마친 후 '경영사관학교'로 잘 알려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2년 일하면서 고령화,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노후에 써야 할 돈은 3배가 넘었지만, 급여는 거의 인상되지 않아요. 제로 금리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넣어놓고 잠들게 하고 있어요. 이제는 전 재산을 투자해 자산관리를 해야 할 때예요."
자산을 30년 운용하면 8배 정도를 만들 수 있는데, 1억원이 있다면 30년 후 은퇴했을 때 8억원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연금 자산을 투자하려면 위험을 분산해 안정적 수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다음 달에는 손실을 낼 수 있겠지만, 3년 적립식 투자는 손실 낼 가능성이 0.01% 미만으로 잃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어요."
파운트의 11월 말 기준 1년 이상 투자자의 펀드, 연금 모두 수익계좌비율은 100%이며, 펀드 연평균수익률은 공격형 11.6% 중립형 10.6%, 안정형 6.0%를 기록했다.
"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수 백개 기업에 투자해요. 미국의 애플, 아마존, 구글 등 500개 기업, 한국의 삼성전자 등 200개 기업 등 전 글로벌 기업에 분산 투자해요. 주식뿐 아니라 채권, 금, 원유까지 2500개 자산을 분석해 종목을 바꿔주기 때문에 안정적이에요."
AI 알고리즘으로 투자한다고 해서 사람이 100% 개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AI에 코로나, 트럼프 낙선 등 최신 데이터는 들어가지 않아 금융 전문가가 인사이트를 가지고 개입해야 해요. 아무리 훌륭해도 신기술에 모든 것을 의존하면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어요."
코스피가 언제가 저점이어서 투자해야 할 지 물어온다면 그는 항상 "월급날이 타이밍"이라고 대답한다.
"전쟁이나 국가가 붕괴되지 않는 이상 자본주의는 성장할 거고, 미국 주가지수가 단기적으로 하락폭이 35%, 한국도 20%까지 빠졌지만,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수익률 추락을 막을 수 있었어요."
파운트가 더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를 고문으로 영입한 것에 기인한다.
김 대표가 대학 시절 모터사이클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짐 로저스를 만났고, 인연을 이어오던 중 짐 로저스가 창업 초기 엔젤투자자로 참여해 3000만원을 파운트에 투자한 것. 파운트는 지금까지 시리즈 B로 165억원을 비롯해 약 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저희가 매년 2배 이상 성장해왔고, 내년에는 업계 최초로 운용자산 1조원을 돌파하는 게 목표예요."
그는 서민들이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오히려 정보 비대칭성이 심해 AI 기술에 소외돼 있는 만큼 더 효과적으로 금융상품을 이해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나갈 계획이다.
"'금융의 아마존'을 목표로 제시해왔는데,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미션들을 내놓을 계획이에요. 특히, 연금성 자산에 있어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10년을 투자한 고객에게 '파운트를 알게 돼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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