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697억원 규모의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인 증권사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게 '직무 정지' 등 중징계 제재안이 나왔다. 증선위와 금융위에서 제재안이 확정될 경우 금융권에 대규모 소송전이 일어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10일 오후 11시 중징계안을 담은 최종 제재안을 내놨다.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윤경은 전 KB증권 대표는 사전 통보와 마찬가지로 '직무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제재 대상 중 유일하게 현직 증권사 CEO인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문책 경고'를, 김성현 KB증권 대표·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KB증권의 박 대표와 김 대표는 당초보다 징계 수위가 한 단계씩 낮아졌다. 박 대표는 사전 통보한 '직무 정지'에서 '문책 경고'로, 김 대표는 '문책 경고'에서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임원선임 제한 5년) ▲직무 정지(4년) ▲문책 경고(3년)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이번 제재안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선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야 한다. 증선위와 금융위 절차를 거치며 제재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각에선 올해 초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CEO 징계 불복 소송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징계안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며, 현재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다. 은행권에 이어 증권업계에도 소송전이 불가피해졌다.
증권업계는 이번 징계안에 대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증권사의 '내부통제' 실패 시 CEO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제재위 결과가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관련 소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재위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향후 (징계안 최종 확정까지) 증선위, 금융위 결과까지 계속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지금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금감원의 제재위 결과를 환영하지만 책임을 오롯이 금융사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금융 감독당국의 책임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금융정의연대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가 지배구조법 법률 개정이 안 된 상태에서 CEO를 제재하기엔 법적 근거가 미미하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법률 개정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제재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나재철 회장이 금감원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받았지만 적용대상인 금융기관(증권사)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를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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