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람은 이제까지 48명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피하려다 되레 백신에 목숨을 잃었다. 감염병보다 백신이 더 무서운 세상이 된 것이다.
공포를 부추기는건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사망자와 백신간의 뚜렷한 연관성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예방 접종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작년 독감 예방접종 기간에 백신을 맞고 일주일 이내에 숨진 노인 인구는 1500명 수준이란 것을 예로 들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매년 발생했지만, 올해 유독 주목을 받고 있다는 논리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올해 백신 사망 신고는 물론, 부작용 신고도 크게 늘어났다"며 "실제 문제라기보다 백신 제조, 운송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불안감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의사단체는 독감 백신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 한 것은 수 십년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 없는 아주 특별한 경우"라며 "의료계의 감염, 예방 전문가를 포함한 대책위원회를 속히 구성,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사람들은 예방 접종을 아예 기피했고, 아직까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특정 제약사 제조 백신은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책임은 방역당국에 있다. 정부가 전 국민 독감 백신 접종을 언급하던 때부터 시작된 혼란이다. 무료 접종 대상자를 크게 늘렸지만 무료 접종 백신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일부에서는 백색 입자가 발견되며 폐기됐다. 공교롭게도 사망자 대다수는 무료 접종 대상 연령에서 발생했다. 백신 포비아는 당연한 결과다. 신뢰할만한 조사 결과와 대책 없이는 쉽게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쌓은 'K-방역'의 공든 탑이 독감으로 한번에 무너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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