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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이건희 별세] 홀로 선 이재용, '뉴삼성'으로 달려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을 찾아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으로 이재용 부회장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이미 오랜 기간 성공적으로 총수 역할을 수행하며 '뉴삼성' 기반을 다져온 만큼 신뢰도는 높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등 악재를 극복하는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해야하고, '사법리스크'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악재에도 대응해야 해 강행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아직 이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하는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그 동안 이건희 회장이 기적적으로 쾌차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25일 이건희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이 부회장 앞에는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 등 현안이 쌓여있는 만큼 앞으로도 한 동안은 조직을 추스르고 경영에 안정을 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 부회장은 이미 안팎에서 최고 경영자로 자리잡은 상태다. 2014년 이후 삼성그룹을 홀로 진두지휘하며 세계 최고로 키워내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인 2013년부터다. 중국 산시성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방문한 대통령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것. 이어서 2014년 보아오포럼에서 연사로 나서 차세대 사업 전략을 소개하며 세대 교체를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건희 회장 와병 중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크게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와 5G 네트워크 장비, 전장 사업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진행하는 이재용 부회장(오른쪽). /삼성전자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상반기 카메라 이미지 센서(CIS) 점유율은 32%로 소니(44%)와 격차를 크게 줄였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TSMC와 초미세 공정 경쟁을 본격화하며 추격에 가속을 붙인 상태, 최근 네덜란드 ASML을 직접 찾아 극자외선(EUV) 장비 공급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미국 전장 기업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스마트폰 등 품질 제고와 함께 전장 사업 경쟁력을 크게 높인 '신의 한수'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시밀러 산업에서도 명실상부 세계 최고 경쟁력을 확보해냈다.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게 된 것도 이 부회장 공이 크다. 일찌감치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펼쳐왔으며 지난해에는 '함께가요 미래로! 인애이블링 피플'이라는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을 통해 청소년과 청년 교육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 당시에는 직접 소재와 부품, 장비 관련 국산화를 지시하며 위기를 극복해내는데 일등공신으로 떠올랐으며 올해에는 코로나19에 300억원 규모 기부와 생활치료센터 및 의료진 지원, 마스크 생산 기업 육성과 마스크 재료까지 마련하면서 'K-방역'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회장에 임명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구광모 LG 대표에 이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총수에 오르는 등 재계에서도 세대 교체가 본격화된 만큼,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요구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첫번째)이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참여한 모습.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번째)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맨 오늘쪽) 등이 함께 했다. /뉴시스

이 부회장이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더욱 무거울 전망이다. 국제 정세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내부 경영뿐 아니라 외부 공격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코로나19 사태는 이 부회장의 빠른 판단과 과감한 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2차 팬데믹이 현실화하면서 그나마 회복했던 시장에 또다시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D램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 새로운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시스템 반도체 업계 재편은 삼성이 대응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TSMC가 미국 투자를 본격화했고,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한데 이어 AMD도 자일링스 인수를 검토 중이다. 반면 삼성은 2016년 이후 아무런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않는 상태여서 자칫 변화에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트 반도체' 찾기도 이 부회장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일단 삼성은 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바이오 산업 '초격차' 기틀을 마련한 상태다. 통신 장비와 전장 사업, 인공지능(AI)과 로봇 등도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이다.

 

문제는 '사법리스크'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불법 승계' 혐의로까지 기소되면서 재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주 26일에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중단됐던 이 부회장의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로 지정됐다. 지난 1월 17일 공판을 끝으로 중단된 지 약 9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재판이다.

 

이 때문에 해외 출장을 포함한 경영 보폭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만큼, 대규모 투자는 물론이고 글로벌 경영자들과 사업 논의 및 협력까지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앞으로는 지배 구조 문제에 대응하면서 경영 활동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지배 구조 개편에 압박을 더하면서 셈법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외국계 자본이 경영권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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