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망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향방에도 관심이 높아진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정부 규제에 따른 지배 구조 개편과 이에 따른 경영권 공격, 막대한 법인세와 상속세 등 난관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이 사실상 지주사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바이로직스 등 중간 지주사격인 회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2.84%에 불과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17.08%로 최대주주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47%)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47%) 지분은 낮은 편이다. 경영권 분쟁 등 소지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다. 아직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상황. 정부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게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중이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시급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국민연금공단이 11.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이며, 삼성생명이 8.81%를 보유해 사실상 경영권의 핵심에 있다. 삼성화재도 1.49%를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 보통주 지분은 4.18%다. 삼성물산은 5.01%, 이재용 부회장은 0.7%에 불과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5년 이내에 삼성전자 지분을 3% 남기고 매각해야 한다. 지난 6월 우선주 기준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와 계열사 지분이 21.21%이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13.91%로 크게 떨어진다.
이 경우 또 다시 외국 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대응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지분 중 외국인 비중은 이미 55.9%에 달한다. 그 중에서 블랙록 펀드는 5.03% 지분으로 3대 주주에 올라 있다.
일단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새로운 지배 구조를 언급하며 개편 의지를 적극 드러냈던 만큼, 어느 정도 대비는 진행 중으로 추정된다. 삼성생명과 계열사들을 금융지주로 따로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막대한 상속세도 부담이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재산은 주식으로만 18조2250억원에 달한다. 많으면 10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당해야 한다. 경영권 문제로 주식을 매각할 수도 없는 상황,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4년째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보유한 현금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구광모 LG대표가 이 같은 방식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아직 유족들이 이 회장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무런 논의를 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4세 경영 의지가 없다고 공언한 만큼, 삼성문화재단 등 공익재단에 지분을 환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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