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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人] 이정수 플리토 대표 "아직은 70% 수준 AI 번역, 사람과 협업으로 품질 크게 높여"

이정수 플리토 대표가 메트로신문과 서울 강남 플리토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AI 학습용 데이터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플리토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없어질 직업으로 번역가와 통역가를 꼽습니다. 인공지능(AI) 번역기의 성능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인데, AI 번역이 사람을 완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희는 AI가 한 번역에 여러 사람이 참여해 수정하는 '집단지성'을 결합시켜 성능을 크게 높였습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사라질 직업 1위로 번역가가 꼽혔는데 이는 일반인 대상 조사여서 전문가 의견과 큰 차이가 있다"며 "말버릇 중 '아니아니'라는 버릇이 있다면 AI는 이를 문자 그대로 인식해 문장을 부정문으로 판단하는 오류가 있는데, 향후 AI 성능은 개선되겠지만 월등히 좋아지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번역 시장은 파파고·구글 번역기 등 AI 등장에도 불구하고 매년 10% 이상, 통역은 그 이상의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플리토는 AI 자동번역, 전문번역과 함께 일반인이 참여해 문장을 번역해주는 100%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집단지성' 서비스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루에 1일 2회, 1회 1정 물과 함께 약을 섭취하라'를 영어로 번역할 때 이용자는 현금화 가능한 100포인트 등을 걸고 저렴한 비용으로 번역을 의뢰하는 것.

 

번역가로 일하기 원하면 20여개 언어 중 선택해 사전 테스트를 치르게 된다. "처음에 본인이 언어 레벨을 비기너, 인터미디어트, 플루언스, 어드밴스드 중 선택합니다. 하지만 플루언트라고 표기했는데 실제 레벨이 초보라면,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 데이터가 망가지기 때문에, 시스템상 하루 이틀은 비기너로 보고 번역 결과물에 레벨이 바뀌게 됩니다."

 

이용자의 번역 결과물을 평가하는 '피어 이밸류에이션(동료평가)' 기능으로 번역가의 레벨이 최종 결정된다.

 

한 문장 번역은 자투리 시간에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집단지성 번역가로 활동하다보니 참가자가 늘었다.

 

"저희가 해외에서도 그 나라 언어로 번역해 번역가를 모집하기 때문에 전 세계 1000만 유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10% 이하로 100만여명이 활동 중입니다. 1시간 번역을 하면 1만2000원 정도를 벌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은 금세 마감됩니다."

 

이 대표는 "사이트에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플리토를 번역회사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AI 학습용 언어데이터 판매 비중이 매출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2012년 언어 빅데이터 기업을 설립한 것은 쿠웨이트에서 태어나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미국 등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여러 외국어를 접한 영향이 크다.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 중에도 크라우드소싱 번역 서비스 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2016년 AI 번역기가 나오면서 데이터가 매출을 내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빅데이터의 매출 성장속도가 AI를 따라잡았다는 것.

 

이정수 플리토 대표가 메트로신문과 서울 강남 플리토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AI 학습용 데이터 사업과 AI 번역 엔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플리토

플리토는 한글과 관련된 데이터 수집도 진행하고 있다.

 

"OCR(광학문자판독) 기술 기업에서 데이터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간판의 글씨를 사람은 쉽게 읽지만 기계는 알아보지 못합니다. 사진을 올리면 유저들이 이를 타이핑해 기계가 읽을 수 있게 바꿔줍니다. 한글 메뉴판을 다른 언어로 바꾸는 작업도 들어옵니다."

 

최근에는 세탁기·카메라도 음성으로 제어하는 데 사투리, 연령별로 음성이 다르다 보니 음성 데이터 구축과 증강현실(AR) 데이터 구축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플리토는 또 경제미디어 인포스탁데일리에 AI 자동번역으로 뉴스를 영문으로 만들어주는 AI 번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며, SM엔터테인먼트에는 AI와 집단지성을 결합한 번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증권 뉴스는 정확성과 속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뉴욕타임즈 기사를 한글로 자동 번역해 문장이 이상한 부분은 버튼을 누르면 집단지성 기능으로 연결됩니다. 5분 안에 그 부분은 유저가 참여한 번역으로 바뀌면서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플리토는 또한 번역 말뭉치(문장)를 수백만개 만드는 공공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들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보통 데이터 기업들이 열심히 노력해 1년에 데이터 40만개를 만들 수 있는데, 저희는 600만개 데이터도 납품이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는 공공 사업 참여는 'AI 생태계를 만드는 데 참여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엄청난 양의 언어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이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이 주요 고객사이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AI 글로벌 기업들이 저희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 AI 번역 엔진을 기업에 구축해주는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현재는 AI 번역기의 성능이 70% 정도인데, AI에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넣을수록 품질이 좋아집니다. 2016년 이전에는 '발번역기'로 불릴 정도로 품질이 낮아, '퇴근하세요'를 번역하면 'Please work'로 번역될 정도였습니다. 'I am going to the school'을 기계에 가르치려면 이전에는 I는 나, school은 학교로 일일이 가르쳐야 했는데, 현재는 영어 문장을 통으로 넣어주면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단계까지 진화했습니다."

 

플리토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진행하는 '집단지성' 번역 서비스. /플리토

이 대표는 올해 데이터를 한계치까지 퀄리티를 높이고, AI의 성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해외 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데이터 판매를 위해 일본과 중국에 이미 진출했고, 올해 미국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로 출장이 전부 취소됐습니다. 상황이 호전되는 대로 미국 시장을 적극 개척할 생각입니다."

 

이 대표는 또 사이트에 웹툰·웹소설·메뉴 번역기, 유적지 전문 번역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했다.

 

"앞으로 한국의 개그 사이트를 글로벌로 확장해 해외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 재미난 콘텐츠들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언어 데이터로는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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