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8년차인 벤처캐피탈(VC) DSC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운용자산(AUM) 60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카카오, 마켓컬리, 브랜디, ABL바이오 등에 투자해 이뤄낸 성과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만나 VC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DSC인베스트먼트의 투자는 '기술'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투자 컨셉트와 맞아떨어졌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신기술분야 기업의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
윤 대표는 "비대면 시대에는 결국 통신 기술이 중요하다. 기술의 중요성은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기술 기업들에 투자를 해놓은 것들이 빛을 발하면서 AUM 6000억원 달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했다.
◆ "기술기반 유니콘기업 만들어야"
투자는 '결혼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최우선 조건은 최고경영자(CEO)다. 오랜기간 신뢰를 쌓고 지낼 수 있는 회사를 선별하는 것이다.
윤 대표는 "우리는 초기 기업에 투자를 해서 오랜 시간 같이 한다. 투자 파트너를 찾을 때 CEO가 과거 걸어온 길, 성향, 인품을 많이 본다. 투자의 90%는 CEO, 10~20%는 핵심 멤버의 경쟁력을 본다"고 했다.
윤 대표는 늘어난 AUM을 기반으로 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의 목표는 기술 중심의 유니콘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유니콘기업은 배달의민족, 무신사, 쿠팡, 위메프 등 유통 업종에 치중해 있다.
그는 "진짜 의미있는 기술 기업에 투자해서 유니콘 기업을 만들고 싶다. 유니콘 기업 중에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순수 기술 기업이 없다. 같이 성장하면서 산업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게 회사의 목표이다"라고 강조했다.
◆ "청년들의 창업 늘어야"
국내 대표 VC 중 하나인 만큼 최근 청년들이 모이는 자리에 그를 섭외하는 경우가 많다. 윤 대표 역시 청년들과의 만남을 중요하게 여긴다.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은 '토익공부보다 창업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대기업을 보면 어떤 부서는 제일 막내가 37살이라고 한다. 사람을 안 뽑은 것이다. 토익, 토플을 열심히해서 대기업에 취업하기 힘든 상황이다"면서 "실패도 좋으니 창업에 도전했으면 한다. 실패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토익 900점을 받는 사람보다 가치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VC의 역할도 중요하다. VC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좋은 벤처기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엔씨소프트, 카카오, 네이버와 같이 과거 전통적인 대기업 못지않은 새로운 기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을 해결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좋은 벤처 기업의 탄생이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흐름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VC는 의미가 있다. 창업이 중요한 시대다"라고 역설했다.
◆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윤 대표는 "적자 기업도 기술력만 좋으면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한 '기술특례상장제도'는 우리나라 경제 정책 중에 가장 잘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약진은 해당 정책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는 "바이오 기업의 상장이 시작되면서 VC 투자도 가속화됐다. 이를 통해 돈을 번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현재 바이오 창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5년, 10년 안에는 좋은 글로벌 신약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기술특례상장제도 없었으면 코로나를 이렇게 잘 막을 수 없었다. 이제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적극적으로 창업해야 한다. 기술특례상장제도의 확대가 중요한 시점이다"면서 "민간 영역에서 지원할 준비는 되어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들이 빠른 변화에 적응할 것을 당부했다. 코로나가 세상 변화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어서다.
윤 대표는 "20㎞ 속도로 변하고 있던 기술이 70㎞ 패달을 밟았다. 문제는 골목길을 지나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많아질 거다. 정신 차린 한 두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비대면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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