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시장이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으뜸효율 환급 사업이 수요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1등급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면서 소비자 선택폭도 크게 늘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에 1500억원 예산을 추가로 지원키로 결정했다. 사업이 코로나19로 위축된 가전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3월 23일 사업을 시작한 후 3개월간 국내 주요 가전 업체 7개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3배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가전 업계에 치열한 '1등급' 경쟁을 촉발했다. 지난해 처음 에너지 효율 등급 기준이 변경된 이후 1등급 제품은 거의 없었지만, 올 들어 주요 가전 전 분야에서 출시 러시가 이어진 것.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뜨거운 각축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한 신형 모델까지 다시 리뉴얼해 출시하면서 환급 사업 수혜를 노리는 모습이다.
대표 제품은 세탁·건조기다. 삼성전자가 올 초 1등급을 달성한 그랑데AI 세탁기와 건조기를 내놨고, LG전자가 올 초 트롬 세탁기에 이어 최근 건조기까지 1등급으로 리뉴얼 출시하면서까지 뒤를 따랐다. 4월 출시한 워시타워도 출시한지 불과 2달여만에 건조기까지 1등급을 달성한 신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9㎏ 소용량 건조기도 1등급 인증을 받으며 맞불을 놨다.
정부도 경쟁 구도에 기름을 부었다. 당초 건조기는 으뜸효율 환급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3차 추경으로 새로 포함시켰다. 환급 대상 가전은 총 11개로 늘어나게 됐다.
프리미엄 TV 시장도 뒤늦게 1등급 경쟁이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QLED TV인 QT67 라인업 6개에 대해 1등급 인증을 획득하는데 성공하면서다. LG전자도 최근 55형과 65형 나노셀 TV에 1등급 인증을 받으며 환급 사업 대상 제품을 추가하는데 성공했다.
프리미엄 냉장고도 1등급 시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지난 2일 최상위 라인업인 셰프컬렉션과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출시하면서 에너지 효율 1등급을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앞서 삼성전자는 디자인을 승부수로한 비스포크 냉장고도 1등급을 달성하며 환급사업에 적지 않은 효과를 입었다. LG전자도 주력 상품인 디오스 얼음정수기 냉장고에서 1등급 달성에 실패했지만, 일반 냉장고로는 상당수 모델을 환급 대상으로 판매 중이다. 김치 냉장고도 양사 모두 1등급 모델을 다수 판매하고 있다.
아직 스탠드 에어컨 시장은 1등급 제품이 전무한 상태다. 다만, 양사 모두 벽걸이형 에어컨에서는 1등급 제품을 판매 중인 상태로, LG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상업용 스탠드에서 1등급 제품을 출시하며 전선 확대를 예고했다.
공기 청정기 역시 양사 모두 1등급 제품을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 큐브와 블루스카이, LG전자 퓨리케어 등이다. 아울러 LG전자는 제습기와 정수기 부문에서도 1등급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양사 제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관리 철학이다. LG전자가 로봇을 도입하는 등 '자동'에 집중하는 동시에 '케어 솔루션'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일반 구매 고객에도 렌탈 서비스와 같은 관리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대면 서비스를 지양하며 '셀프 케어' 편의를 늘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표 제품이 건조기다. LG전자는 일찌감치 트롬 건조기에 콘덴서 자동 세척 기능을 도입했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그랑데AI 건조기에 콘덴서 세척 뚜껑을 편리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제작해 사용자가 언제든 세척할 수 있도록 했다.
냉장고도 LG전자는 케어 솔루션을 통한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삼성전자는 셰프 컬렉션에 정수기 필터 교체 부분을 '원터치' 방식으로 설계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교체 방식을 설명하는 방법을 택했다.
주요 기능에서도 차별점이 있다. LG전자는 자사 특허 기술인 '트루 스팀'을 앞세워 건조기에까지 적용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건조기에 특별한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에어 살균+'을 강조하는 등 실용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가격면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이 다소 저렴한 편으로 알려졌다. 16㎏ 건조기를 기준으로 출고가가 삼성전자 그랑데AI는 180만~190만원대. LG전자 트롬 건조기는 214만~234만원이다.
양사가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탓에 실제 소비자 반응은 베일에 쌓여있다. 단, 각각 장단점이 분명해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고 현장 관계자는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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