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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수습기자 농활 보고서] 메트로 수습기자 신현1리 가다…벽화봉사 진행

 

지난 12일, 수습기자들이 완성한 신현1리 벽화의 모습. /백지연 기자

"벽화 덕분에 씨껌했던 우리 마을이 아주 훤해졌대니께루∼"(신현1리 부녀회 일동)

 

지난 10일 벽화봉사와 농촌 일손 돕기를 위해 메트로 신문 수습기자들이 충북 제천시 덕산면 신현1리로 향했다. 신현1리에 도착하자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의 브로콜리밭과 검붉은 적채밭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마을은 예상보다 낙후했고,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을회관 앞에는 벽화 작업을 해야 할 잿빛의 농산물 저장 창고가 있었다. 창고의 크기는 가로 16m, 세로 5m. 생각보다 큰 창고에 두려움과 막막함이 몰려왔다. 또 당장 페인트칠을 시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지와 거미줄이 가득했다. 수습기자들 모두 벽화 작업 경험은 전무했다.

 

이학귀(59) 신현1리 이장은 "서울을 오가며 발표도 진행해 새뜰마을사업을 어렵게 따냈다"며 "지원금을 활용해 마을회관 앞 창고에 벽화작업을 하고, 인도가 없어 교통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마을 입구에 인도를 설치할 예정이다. 그리고 석면 제거 작업을 실행할 것"이라 덧붙였다. 이어 "마을회관 바로 앞에 위치한 농산물 보관 창고에 벽화 작업을 한다면 마을 입구가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새뜰마을사업'이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해주는 국토교통부 국책사업이다. 지역발전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으로 생활기반 수리 지원 및 돌봄·일자리 등의 휴먼케어를 종합적으로 지원해준다.

 

지난 11일, 벽화 봉사에 돌입하기 전 신현1리 마을회관 옆 잿빝 창고의 모습. /백지연 기자

오후 3시,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신현1리의 새뜰마을사업 총무와 함께 페인트와 장비를 사러 나섰다. 페인트를 구매하기 위해 신현1리에서 차를 타고 40분가량 떨어진 충주 시내로 향했다. 처음 도착한 페인트 가게에는 조색 기계가 없어 색상을 다양하게 구매할 수 없었다. 이어 찾아간 충북 충주시 칠금동에 위치한 A 페인트 가게 사장은 "이 정도 크기는 전문 인력이 나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컨테이너 철제 외벽에 페인트칠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외벽의 틈 사이를 하나하나 메꾸는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이유였다.

 

페인트와 장비를 구입했다. 마을 주민들도 수습기자들에게 페인트칠을 맡기기 민망해하는 눈치였다. 오후 6시, 페인트칠을 위해 밖으로 나온 수습기자에게 한 주민은 "이제라도 전문 인력을 불러 흰색 바탕 작업을 맡기는 게 어떻냐"고 물었다. 전문 인력을 부르면 벽화 작업은 12일 저녁이 넘어 끝나는 상황이었다. 자칫하면 일정에 차질이 생겨 차라리 한시라도 빨리 작업을 시작해보겠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외벽의 바탕이 될 흰색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했다. 세 시간가량이 지나자 반 정도가 칠해졌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였다.

 

저녁 식사 후 이장과 새뜰마을사업 추진위원회가 간단한 환영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수습기자들은 그 자리를 즐길 여력이 없었다. 마을 주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고충을 털어놨기 때문이다. 신현1리 주민들은 소비위축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보다 농촌 일손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떠난 데다 입국도 막혀있다는 이유다. 농산물 수확이 시작되는 시기에 본격적으로 인력이 투입돼야 하지만 올해 외국인 근로자 확보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 마을주민은 "인력사무소도 그걸 알고 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더 비싸게 부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수습기자 5명은 벽화 봉사를 끝마치고 농촌 일손을 돕기로 했다.

 

11일 오전 7시, 수습기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페인트 작업을 재개했다. 창고 외벽을 흰색 페인트로 완전히 뒤덮었을 때, 그들의 얼굴에는 땀방울과 흰색 페인트 자국이 가득했다. 뒤이어 사다리와 지게차를 활용해 채색작업에 나섰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큰 창고 외벽. 도안을 담당한 수습기자의 선두로 나머지 수습기자들이 힘을 합쳤다. 담당 수습기자가 스케치를 하면 나머지는 롤러와 붓을 이용해 색을 입혔다. 그 밖에도 사다리와 지게차에 올라타 창고 위 쪽에 구름과 백로를 그리기도 했다. 오후 4시가 되자 농부와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중간 부분 작업을 마치니 벽화 작업은 더 수월해졌다. 그렇게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벽화 봉사가 막을 내렸다.

 

들깨 모종을 심은 밭과 브로콜리 밭의 모습. /백지연 기자

12일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수습기자 5명은 브로콜리밭으로 향했다. 첫날 주민들과 약속한 농촌 일손 돕기를 위해서였다. 브로콜리밭으로 향하자 이미 재배 작업이 한창이었다. 뒤늦게 합류한 수습기자들은 브로콜리가 담긴 박스를 나르기 시작했다. 7∼8㎏의 브로콜리가 든 박스 20개가량을 옮겼을까 수습기자들이 가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숨을 돌릴 새도 없이 다른 곳에서 수습기자들을 불렀다. 두 번째 향한 일터는 드넓은 들깨밭. 들깨밭 주인 할머니의 지시에 따라 호미를 이용해 일정한 간격으로 들깨 모종을 심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 손자가 자주 내려와 일손을 도왔다"며 "코로나19로 손자가 방문하지 못해 일손이 부족했는데 기자들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끝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서 진행된 벽화 봉사 및 농촌 일손 돕기가 마무리됐다. 일정이 끝나자 모두가 손목과 허리의 통증을 호소했다. 몸 여기저기에 미처 지우지 못한 페인트 자국과 멍이 가득한 수습기자도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에 빠진 한 수습기자는 밥상 위에 올라오던 브로콜리 하나와 아무 생각 없이 먹던 들기름이 떠올랐다고 했다. 농사일의 고충을 전하던 신현1리 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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