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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산업일반

[메트로신문 창간18주년] '포스트 코로나' 한국의 중심이 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기업마다 느끼는 체감경기는 다르지만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제조업은 여전히 빙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수출길이 막힌데 더해 소비까지 줄어들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반면, 바이오 기업을 비롯해 2차 전지, 비대면 관련 IT(정보통신) 기업들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국내 산업계의 변화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전략을 분석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코로나19로 크게 위축됐지만,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등 플래그십 확대와 중저가폰 강화로 판매량 회복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갤럭시 Z플립. /삼성전자

◆국내 산업계 '냉탕과 온탕 사이'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대조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등으로 내수 시장에서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판매는 절반 이하로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완성차 판매는 지난 4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반면 수출은 대폭 감소했다. 승용차 수출은 지난 4월 20일까지 59% 줄어 전월(-35.6%)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수출이 감소하면서 공장 가동도 제한적이다. 기아차는 광주공장 제2공장이 오는 25~29일까지 5일간 휴업한다. 이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휴업한 데 이은 두 번째다. 소하리 1·2공장은 22~25일 휴업했다.

 

르노삼성은 이달 10일까지 문을 닫은 데 이어 15, 22, 28, 29일을 주말에 붙여 쉬면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이 15일 중단했고 쌍용차는 라인별 순환 휴업을 한다.

 

글로벌 판매 감소에 따른 업계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은 유진투자증권이 1090억원, NH투자증권이 650억원으로 봤다.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1조2377억원)의 3분의 1인 4562억원이다. 기아차는 이베스트증권이 860억원으로, KB증권은 200억원 적자로 추정했다. 컨센서스는 209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1% 적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반도체 업계는 당초 코로나19에 대한 빠른 대처와 '언택트' 바람에 따른 서버향 수요 증가로 오히려 반사이익을 기대했었다. 당장 1분기 실적이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면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실적 악화 전망이 우세해졌다. 글로벌 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고, D램 가격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당장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1분기에만 전년 동기대비 15% 가량 감소한 상황, 2분기에는 더 큰 하락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코스피가 최저점인 1400선에서 43%나 올라 다시 2000선을 회복하는 동안에도 주가를 최저 6만5800원에서 23% 가량 오른 81000원 수준에 머물러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 판매 난조까지 겹치면서 최저가 4만2300원에서 18%만 오른 4만9000원대로 오르는데 그쳤다. 미·중무역분쟁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는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분위기다.

 

가전 업계는 1분기 코로나19에도 청정 가전 판매량 증가로 예상밖의 호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대면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2분기 글로벌 '셧다운' 여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삼성전자와 LG전자, 위니아대우 등 국내 가전 업계는 최근까지도 해외 공장을 상당 기간 가동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장 폐쇄 영향도 있었지만, 수요가 급감한 탓에 물량을 조절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내수 시장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으뜸효율 가전 환급 사업과 재난 지원금 등 정부의 전천후 부양책 덕분이다. 실제로 가전 유통 업계는 4월까지도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판매량 감소를 겪었지만, 5월 들어서는 전년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단 내수 판매 증가가 전체 실적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 우선 이동통신사는 올해 5G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가입자 목표 전망치를 잇달아 내렸다. 통신사별 5G 가입자 수는 SK텔레콤은 265만명, KT는 178만명, LG유플러스는 14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코로나19가 강타한 1·4분기 실적발표 이후 소비 위축으로 5G 가입자 확보 성적이 부진했다는 평이다.

 

반면 이러한 스마트폰 판매 부진의 악재 속에도 '집콕족'이 늘어나며 이동통신 3사 모두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미디어 부문에서 성과를 올렸다.

 

가전업계는 최근 들어 대형 가전 판매량이 다시 늘어나는 등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자랜드

◆언택트 업계 코로나19 위기속 역성장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계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오히려 성장 기회를 확보한 산업도 있다. 언택트(비대면) 관련 업종인 정보통신기술(ICT)이다.

 

수치로 보면 성장세가 눈에 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시가총액 순위 변동이 크게 일었는데, 라이징스타로 떠오르는 곳 중 단연 눈에 띄는 기업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이전 시가총액 22조6816억원을 기록, 22위에서 단숨에 9위로 껑청 뛰어올랐다. 포스코와 같은 전통 굴뚝 기업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실제로 기업분석 전문연구소인 한국시엑스오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초 시가총액 1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모비스는 6위에서 12위로, 포스코는 9위에서 16위로, 삼성물산은 10위에서 11위로 떨어졌다. 이와 달리 삼성SDI는 18위에서 7위로, LG생활건강은 12위에서 8위로, 카카오는 22위에서 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카카오의 시가총액 10위 이내 진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산업 지형의 변화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카카오는 10년 전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시작해 꾸준한 가입자 확보로 4800만명을 기록,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올랐다.

 

출시 10주년을 맞은 카카오톡은 메신저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 저변을 커머스 사업(선물하기·톡스토어)과 카카오뱅크, 핀테크 등 금융사업, 카카오페이지, 카카오M과 같은 콘텐츠 사업으로 끊임없이 넓혔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올해 거래액은 약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전 확장을 가속화 한 카카오의 플랫폼은 코로나19로 성장한 비대면 소비와 궤를 같이 했다. 국민 포털 플랫폼을 다져놓은 네이버 역시 쇼핑, 콘텐츠 등의 서비스로 사업 확장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을 확보한 만큼 일상적인 활동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이를 분석해 광고나 상품 추천에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뱅크와 계좌 연결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금융자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간편 계좌연결'과 '자산관리' 연동을 시작했다. / 카카오

◆포스트코로나 新성장 동력 확보 집중

 

국내 기업들은 연초 희망찬 포부와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내놨지만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그러나 위기속에서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지속적으로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미래차 부문에 5년간 10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현대차가 기술우위를 점하고 있는 수소차 부문에서는 완성차 판매를 넘어 연료전지시스템을 다른 기업에 공급하는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여기에 UAM, 스마트시티 등 새 기술 개발과 사업 구상도 마쳤다.

 

기아차도 오는 2025년까지 전용 전기차 플랫폼 개발 및 전기차 라인업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플랜 S'를 준비 중이다. 총 투자금액만 29조원으로 전기차중심으로 전환해 자동차 산업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적 악화속 반도체 업계는 투자를 지속하며 글로벌 주도권을 유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에도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파운드리 라인을 새로 준공했고, SK하이닉스도 이천에 이미지센서 라인 투자를 지속함과 동시에 매그나칩 파운드리 부문 경영권을 확보해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EUV D램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차세대 제품인 1a D램 양산에 한발짝 더 다가간 상태다. 160단 이상 7세대 V낸드 개발도 순항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1z D램과 176단 4D 낸드 양산을 가시화하며 반도체 초격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업계의 시장 주도권 강화 노력은 이어졌다. 일단 삼성전자가 갤럭시 S20과 Z플립에 이어 차세대 폴더폰과 최첨단 기술을 총집합한 갤럭시 노트20으로 플래그십 시장 입지를 견고히 할 전망이다. 중저가 라인업도 꾸준히 확대하는 중, LG전자도 벨벳으로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다.

 

가전 업계는 글로벌 시장 재개장을 대비해 신제품 준비에 한창이다. 당장 삼성 그랑데 AI와 LG전자 '트루 스팀' 건조기 및 '워시타워'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상품성을 확인했다.

 

삼성과 LG의 TV 대전도 하반기 가전 시장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가 QLED TV로 글로벌 1위 자리를 고수하는 가운데, LG전자가 최근 8K 나노셀 TV를 추가 출시하며 프리미엄 LCD TV 시장에 새로 진출했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면 OLED TV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전망,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인 48형 OLED TV를 새로 출시하며 라인업도 강화했다.

 

SK텔레콤 홍보모델들이 서울에 위치한 한 빌딩 위에서 5G 기지국을 점검하며 5G 상용화 1주년을 기념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텔레콤

이동통신사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디어 사업 강화의 일환으로 '유료방송 M&A 2차전' 돌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유력한 매물로는 케이블TV 5위 사업자 현대HCN과 딜라이브 등이 언급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5G 또한 비대면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에서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의 특성으로 미래 산업의 뿌리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5G는 실감형 교육을 위한 가상·혼합현실(VR·MR) 기술부터 온라인 수업을 위한 빅데이터 전송, ICT 기반 물류정보 통합플랫폼, 협동로봇 기술을 가능케 하기 위해 산업 곳곳에 스며들 전망이다.

 

KT 경제경영연구소는 5G 상용화로 인해 유발되는 사회경제적 가치가 2030년까지 약 42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5G는 2025년 글로벌 전체 20%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트래픽이 폭증하는 양상이어서 향후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 전망이 낙관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최근의 비대면 문화 확장 추세는 결국 5G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육성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시가총액 100위 기업 순위 변동

 

순위 = 1월2일 TOP10 = 5월22일 TOP10

 

1 = 삼성전자 = 삼섬전자

 

2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3 = 네이버 = 삼성바이오로직스

 

4 = 삼성바이오로직스 = 네이버

 

5 = 현대차 = 셀트리온

 

6 = 현대모비스(12위↓) = LG화학

 

7 = 셀트리온 = 삼성 SDI(18위↑)

 

8 = LG화학 = LG생활건강(12위↑)

 

9 = 포스코(16위↓) = 카카오(22위↑)

 

10 = 삼성물산(11위↓) = 현대차

 

*한국CXO연구소, 우선주 주식종목은 순위에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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