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시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집단감염 의심시설에 대한 선제적 방역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서울연구원은 '정책리포트(제299호)'를 통해 "서울시에 소재하는 집단감염 의심 시설을 전수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모든 감염병의 유행은 사전 예고가 존재한다"며 "지역사회 집단감염에 대비한 서울시의 선제적 대응 전략은 다소 아쉬운 편"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진자가 최초로 증상을 인지한 시점과 건물 폐쇄 시점 사이에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규모 발병을 사전에 예방할 시간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시는 지난 3월 13일 구로구 콜센터 관련 역학조사 결과 확진자의 첫 증상 발현일이 2월 22일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코리아빌딩은 환자의 증상이 나타난 후 17일이 경과된 3월 9일에서야 폐쇄됐다.
손창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구로만민교회에서도 집단감염이 확인됐는데 이 역시 최초 증상 인지 시점과 폐쇄 시점이 20일가량 차이난다"며 "특히 구로만민교회는 콜센터 집단감염이 보고된 이후였기 때문에 지역사회 차원의 사전 개입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구로역과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처럼 회사가 몰려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최초 환자 발생 이후 언제든 지역사회 내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한 상황에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서울 지역의 집단감염 발생 현황을 보면 구로구 콜센터 관련이 98명으로 가장 많고 이태원 클럽이 51명, 구로만민중앙교회가 41명으로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서울시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취약점으로 ▲감염병 치료 과정에서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이익 간의 가치 충돌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문제 발생 등을 꼽았다.
연구진은 대구 신천지 사태 때 감염 확산 추세가 서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경우 현재의 병상 수준으로는 메디컬 써지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디컬 써지는 재난 상황에서 병원이나 지역의 의료 인프라가 한계를 초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손창우 연구위원은 "신종 감염병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따른 단계별 환자 규모를 추정하고 이에 기반한 전달체계와 병상계획이 필요하다"면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 분류 이후 중증도 시설로 전원하는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메디컬 써지 충격을 억제할 병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최고 중증도 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상을 확보하고 국가지정, 지역거점, 민간 및 감염병 관리기관 지정으로 감염병 입원치료 병상을 마련, 시립병원을 주축으로 감염병 전담병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확진자 동선 파악 과정에서 지나친 개인정보 공개, 자가격리자에 대한 과도한 대응과 관련해 손 연구위원은 "사회적 편익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존재하는 만큼 확진자 정보공개의 내용과 범위, 자가격리자 법적 처벌 수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거주하는 가정을 위해 감염병 위기 상황 시 근무 유연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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