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 수준의 저유가가 장기화하면서 미국 셰일업체들이 파산 위험에 직면해 있다. 특히 내년부터 대규모 부채 상환이 도래하면서 파산기업 수가 전례 없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경우 금융기관의 부도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 '저유가 지속이 미 셰일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셰일업체들의 손익분기 수준인 배럴당 50달러를 큰 폭 밑돌면서 셰일업체들의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산업 전반의 신용위험이 크게 상승했다.
한은은 "저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재고누증에 따른 저장능력 부족 등으로 생산중단 기업이 확대되고,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파산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셰일업계 부실이 확대될 경우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도 위험 증대, 회사채 시장 내 신용경색 등으로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유가 수준에서 다수의 기업들은 시추비용이 들지 않는 기존 유정을 통한 생산비용(배럴당 28달러 내외)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원유 저장고이자 WTI유 실물 인도지점인 쿠싱지역 재고 충유율이 4월 24일 기준 81%로 3개월 전(44%)에 비해 크게 상승하는 등 저장시설 부족에 따른 생산중단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또 미국 대형은행의 에너지부문 대출 비중은 높지 않지만 일부 중형은행의 경우 대출비중이 20%에 근접하는 등 신용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대형은행 에너지부문 대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68억달러로 전체 대출 대비 1.7% 수준이다.
아울러 올해 미 에너지부문 21개 기업이 투자적격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유가 급락이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미 에너지부문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한은은 "현금 확보, 차환 등을 위한 셰일기업들의 자금수요에도 불구하고 부실 우려 등으로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주식,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이는 셰일업체 부실을 더욱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수의 셰일 탐사·생산업체들은 올해 중 자본지출을 20~50% 삭감하는 계획을 공시했고, 향후 삭감폭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에너지 탐사·생산 관련 지원업체를 중심으로 취업자수도 상당폭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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