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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67) 세상에서 가장 큰 놀이터 '서울어린이대공원'

4일 서울어린이대공원 앞에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됐다./ 김현정 기자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은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이다.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의 비인 순명황후 민씨가 1904년 승하한 후 이곳에 안장됐다. 민씨의 능은 1926년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으로 옮겨져 순종의 능 옆에 합장됐다.

 

일제강점기였던 1929년 경성골프구락부에 의해 일본인 관리와 사업가들을 위한 골프장으로 조성, 해방 이후에도 소수의 이용자에게 개방돼 왔다. 당시 골프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이지 않은 데다가 사치스러운 운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0년 "골프장을 한적한 곳으로 옮기고 이곳을 어린이를 위한 대공원으로 조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서울시는 서울컨트리클럽 골프장 땅 39만6694㎡(12만평)을 무상으로 기증받고 사유지 32만3967㎡(9만8000평)을 매입해 부지를 확보, 1972년 11월 착공해 이듬해 어린이날 '서울어린이대공원'을 개원했다.

 

◆코로나 때문에 고생하는 어린이들

 

지난 4일 오후 5시께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어린이가 굳게 닫힌 동물원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김현정 기자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 지하철 7호선 서울어린이대공원역 1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분(108m)을 걸으면 정문이 나오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쓴 현판이 걸려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공원 입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안내문과 함께 손소독제가 비치됐다. 공원 관리자는 출입문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로 방문객들의 발열 상태를 점검했다.

 

공원 안은 알록달록한 캐릭터 마스크를 낀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어린이들로 활력이 넘쳤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공원을 모두 갖춘 총면적 53만6088㎡의 대규모 가족테마 공원이다. 야외음악당인 능동숲속의무대와 백곰, 바다표범의 수중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바다동물관, 음악 선율에 맞춰 하늘로 물을 쏘는 음악분수,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공간 어린이교통안전체험관, 골프장 편의공간을 개조해 만든 문화전시공간 꿈마루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김모(67) 씨는 "어린이날에는 차도 막히고 복잡할 것 같아서 애들 부모 대신 손주들을 데리고 나왔다"며 "오늘 밖에서 실컷 놀고 사람 많은 내일은 집에서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원이 넓긴 한데 저기 놀이터도 그렇고 연못도 다 코로나 때문에 막아놔서 갈 곳이 없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음악분수 앞 생태연못에는 "코로나19 감염 위기경보 심각 단계 및 광진구 확진자 추가발생으로 어린이 감염예방을 위해 임시휴장 한다"는 양해의 글과 함께 출입금지선이 처져 있었다. 분수 옆에 있는 꿈틀꿈틀 놀이터에도 '위험! 출입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었다.

 

지난 4일 공원에서는 마스크를 벗으려는 어린이들과 이를 제지하는 어른들의 실랑이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마스크를 안 쓰면 바로 집으로 가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아빠도 있었고 아이들과 협상에서 실패해 둘 곳 없는 어린이용 마스크를 팔꿈치에 끼고 돌아다니는 엄마도 보였다.

 

자녀 두 명과 공원에 나들이를 온 정승권(36) 씨는 "아이들이 덥다고 마스크를 잘 안 끼려고 해서 걱정이다"면서 "나도 답답한데 오죽하겠나 싶어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고 털어놨다.

 

공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동물원이었다. 어린이대공원은 코끼리, 침팬지, 작은발톱수달, 사막여우, 하이에나, 사자, 캥거루, 자카스펭귄 등 93종 680여마리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55분쯤에 동물원에 도착한 직장인 최모(34) 씨는 "아이들이 동물원에 가고 싶어해서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조금 일찍 나와 힘들게 뛰어왔는데 아무런 소득이 없다"며 "어린이날 전날인데 좀 늦게까지 열면 안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물원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지만 입장 마감 시간이 오후 4시 30분이어서 약간 늦게 도착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화에 난감해했다. 굳게 닫힌 동물원 문을 붙잡고 하염없이 서 있는 어린이와 "동물들도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오면 안 된대"라며 침착하게 아이를 달래는 부모들의 모습도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키고 싶지만···

 

4일 오후 어린이대공원 회전목마 앞 대기줄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 김현정 기자

 

 

동물원을 지나 "꺄악~"하는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놀이동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전목마와 패밀리코스타(청룡열차), 바이킹 등을 타려는 시민들은 놀이동산 입구에서 안내원들에게 손목을 보여준 후 비접촉식 체온계로 발열 체크를 한번 더 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패밀리코스타나 회전목마 등 인기가 많은 일부 놀이기구들의 대기줄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

 

관악구에서 온 이진아(가명·34) 씨는 "줄 서는 장소에 1m 간격으로 하얀색 선을 표시해 놓은 곳도 있지만 부모들이 애들을 데리고 있어야 하고 가족들이 함께 줄을 서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려운 것 같다"며 "대신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주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에 사는 장모(44) 씨는 "애들이 하도 졸라서 오늘 처음 와봤는데 놀이동산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며 "공공에서 하는 건데 가격을 좀 낮춰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어린이대공원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2006년 10월부터 동물원과 식물원 등을 무료로 개방했지만 놀이동산은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 요금은 자유이용권 기준 어른 2만7000원, 청소년 2만3000원, 어린이 2만3000원이다.

 

4일 오후 어린이대공원 안에 있는 'UN평화동산'에서 시민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한편 이날 어린이대공원에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뛰노는 곳은 'UN평화동산'이 유일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유엔평화유지군(PKO) 활동참여를 기념하기 위해 어린이대공원 내에 유엔평화동산을 조성했다.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유엔평화동산에서는 시민들이 2~3m 간격을 두고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겼다.

 

서울시설공단은 매년 5월 어린이대공원에서 개최했던 행사와 축제, 체험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야외시설 일부를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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