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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66) 서울시민과 반세기 함께한 다리 '양화대교'

 

지난 18일 오후 양화대교에서 본 한강 모습./ 김현정 기자

 

 

서울을 남북으로 가르는 한강에는 총 31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도시인의 삶에 천착한 작품을 만들어온 예술가들은 한강 다리를 소재로 한 음악을 세상에 내놓곤 했는데 그 중 하나가 가수 혜은이의 '제3 한강교'(1979)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 제3 한강교 밑을 /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 마음을 싣고서'로 시작하는 노랫말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그가 목 놓아 부른 '제3 한강교'는 오늘날 '한남대교'다.

 

여기서 질문 하나. 제2 한강교는 어디일까? 양화대교다. '우리 집에는 / 매일 나 홀로 있었지 / 아버지는 택시 드라이버 /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 양화대교' 이 한강 교량은 신곡을 냈다 하면 음원차트를 정복해 '음원 깡패'라는 별명이 붙은 자이언티의 노래에도 등장한다.

 

양화대교는 마포구 합정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한강 교량이다. 서울에서 문산으로 물자수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1965년 제2 한강교인 구교가 세워졌다. 이후 도심에서 서부지역으로 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하자 신교를 만들어 1982년 4차로를 추가 개통, 왕복 8차로의 다리가 준공됐다.

 

◆음악인들의 뮤즈가 된 다리

 

18일 오후 한강을 찾은 시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18일 제8극장, 자이언티, Gichii, 한강의기적, 태경, 9호선환승역 등 음악가들의 뮤즈가 된 양화대교를 찾았다. 지하철 9호선 당산역 13번 출구로 나와 합정동 쪽으로 약 20분(1.5km)을 걸으면 파란 하늘과 한강, 흰 구름이 한 폭의 수채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교량을 만나볼 수 있다.

 

양화대교는 일자로 쭉 뻗은 다리 한가운데에 아치형 교량 2개가 짝을 이루고 있는데,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 속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모습과 닮았다.

 

이날 양화대교를 찾은 직장인 이미연(33) 씨(이하 가명)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당산동에서 족발을 먹고 합정동에 있는 카페에 가는 중"이라며 "코로나 옮을까 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좀 꺼려져서 50분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이 길을 버스 타고 갔으면 좋은 풍경을 놓칠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처음엔 이 다리가 양화대교인지도 몰랐는데 네이버 지도보고 알게 됐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차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다리 위도 걸어보고 별 희한한 경험을 다 해본다"며 즐거워했다.

 

18일 오후 양화대교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의 모습./ 김현정 기자

 

 

이날 양화대교에서 산책을 즐긴 시민들은 자전거족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동네주민 김석환(31) 씨는 "우리나라 문맹률이 이렇게 높은지 몰랐다"면서 "다리 위에서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경고문이 여기저기 붙어있는데 다들 글을 못 읽는건지… 자라니(자전거와 고라니의 합성어로, 고라니처럼 불쑥불쑥 나타나 공포의 대상이 되는 라이더들을 일컫는 말)들 때문에 지나다니기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양화대교 곳곳에는 "자전거는 법규상 차로 되어있어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보행자가 지나갈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다니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반세기 역사 지닌 다리

 

지난 18일 양화대교를 찾은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김대훈(47) 씨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 집에만 있다가 산책할 겸 해서 와봤다"며 "여기에 무슨 공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교량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들이 다리 이름이 왜 이런 건지, 언제 만들어졌는지 등을 궁금해하는데 그런 역사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없어서 아쉬웠다"며 "다리가 지어진 지 50년이 넘었으면 여기에 얽힌 이야기가 책 한권 분량일 텐데 이런 걸 좀 소개해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다리의 이름은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이 진행될 때 변경됐다. 서울시는 1984년 다리가 설치된 곳의 인근 지명과 무관한 이름을 가진 제1, 2, 3 한강교를 각각 한강대교, 양화대교, 한남대교로 개칭했는데 이 교량은 조선시대에 있었던 양화나루로 인해 이같이 불리게 됐다.

 

공사 전 양화대교 모습./ 서울시

 

 

양화대교의 교량 중간에 아치형 구조물이 생긴 건 8년 전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해 뱃길 사업을 위해 한강에 6000t급 대형 선박이 운항할 수 있도록 교각 폭을 42m에서 112m로 약 3배 넓히는 공사를 2010년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가 전시행정이라며 예산을 대폭 삭감해 공사가 중단돼 양화대교 하류 부분은 'ㄷ'자 말발굽 형태를 갖게 됐다.

 

서울시는 기투입된 공사 비용을 날릴 수 없다며 반발했고 양화대교는 착공 2년 8개월만인 2012년 10월 직선 통행이 가능해졌다. 구조개선사업비로 총 490억원이 투입됐다.

 

대학생 손승희(21) 씨는 "양화대교에는 오늘 처음 와봤는데 생각보다 활기가 넘친다"며 "자살다리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인화 무소속 의원이 서울시 한강수난구조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9월 한강 교량에서는 총 376건의 투신시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량별 투신건수는 마포대교가 116건(30.8%)으로 가장 많았고, 한강대교 44건(11.7%), 양화대교 22건(5.8%)이 뒤를 이었다. 2018년 이들 3개 교량의 투신시도자 255명 중 절반 이상(58%)이 20~30대였다.

 

시는 한강 다리에서 투신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난간 높이를 2m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올해 19억원을 들여 한강대교와 양화대교의 난간을 높이고 2022년까지 자살 시도가 많은 원효·잠실·서강·한남대교 등 6개 교량부터 순차적으로 안전시설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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