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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선택 2020]21대 총선, 출구 조사…믿어도 될까

21대 총선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주요 정당들은 출구 조사 결과에 울고 웃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보다 높은 정확도를 가질 것이라는 신뢰 때문이다. 이는 유권자가 투표를 마친 직후 조사원이 직접 물어본 뒤 조사 결과에 반영하는 구조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총선 출구 조사는 '투표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표심에 대해 확인한다. 반면,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실제 투표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총선 출구 조사 결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광역 단위로 치르는 대통령선거나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은 지역구별로 당락을 맞춰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사에서 표본 크기가 작을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점도 있다.

 

이는 18∼20대 총선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2008년 18대 총선 출구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압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 한나라당은 153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12년 19대 총선 역시 비슷했다. 출구 조사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유사한 의석수를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개표 결과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으로 25석의 차이가 발생했다. 넓은 예측범위로도 지상파 3사 모두 민주통합당의 의석수를 맞추지 못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는 3사가 출구 조사 의석수 범위를 20석 이상으로 넓게 잡았다. KBS는 새누리당 121∼143석, 더불어민주당 101∼123석을, MBC는 새누리당 118∼136석, 더불어민주당 107∼128석을, SBS는 새누리당 123∼147석, 민주당 97∼120석을 각각 예상했다. 개표 결과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민주당 123석이었지만 '새누리당 승리'라는 예측은 비켜나간 셈이다.

 

◆ 역대급 사전투표율… 출구조사 변수로 작용

 

올해 21대 총선 사전투표 기간은 10∼11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다. 이 기간 총 선거인 수 4399만4247명 가운데 1174만2677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사전투표율은 26.7%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높은 사전투표율은 출구 조사 정확도를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전투표 결과는 출구 조사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투표의 비밀 보장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67조 2항 '선거의 결과를 예상하기 위해 선거일에 투표소로부터 50미터 밖에서 투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는 방법으로 질문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며 이 경우 투표 마감 시각까지 그 경위와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여기서 '선거일'은 15일 총선 당일만 해당한다. 사전투표 이후에도 선거운동이 이어지는 만큼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 기간 출구 조사는 할 수 없는 셈이다.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표심은 출구 조사에서 알 수 없다.

 

이에 일각에서 출구 조사 신뢰도가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전투표율 26.7%에 대해 언급하며 "만약 투표율이 50%면 이미 절반 가까이 투표를 해버린 것"이라며 "투표한 분들 대상으로 (출구) 조사한 결과로 치면 사전투표한 분들까지 추정해야 되는데 추정을 하기 위한 모집단이 적어지는 위험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총선은 개별 지역구별로 당락을 맞춰야 된다. 그래서 사전투표율이 너무 높아졌을 때 실제 전체 득표율을 예측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지는 건 맞는 것 같다"며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 (사전투표 기간 출구 조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제도 문제도 논의가 돼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 사전투표 기간, 출구조사 가능할까

 

사전투표 기간 출구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선거법 개정이 필수다. 하지만 법 개정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었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사전투표 출구 조사와 관련한 선거법 개정 논의가 있었는지 질문에 "정치개혁특위에서는 선거법 개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에 집중하느라 관련 사항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총선 후 여론이 있으면 논의가 되는 것이고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거 관련 사무를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 개정은 국회에서 해결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중앙선관위 측 관계자는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선거가 끝난 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법 개정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사전투표 기간 출구 조사를 진행하는 부분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김은경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출구 조사의 신뢰성 확보와 학문적인 측면에서는 (사전투표 기간 출구 조사 하는 점에) 찬성하지만, 아마 (관련한 선거법 개정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전투표 기간 출구 조사 결과를 (투표 당일까지) 비밀리에 가지고 갈 수 있겠느냐. 또 사전투표 출구 조사 결과가 미리 공개될 경우 본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훈, 박동주·박미경·박태홍·백지연·원은미·이영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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