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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65) 한강 보며 시 읊는 동작구 '효사정 문학공원'

30일 오후 효사정을 방문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빼어난 풍치를 자랑하는 한강변은 600년 전에도 조망 명소로 인기가 높았다. 조선시대 때에는 왕족과 사대부들이 한강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봉우리와 둔덕에 우후죽순으로 정자를 지어 그 수가 80개가 넘었다고 한다. 달빛이 부서지는 물결을 바라볼 수 있는 '월파정', 갈매기와 어울려 노는 '압구정', 경치를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망원정' 등이 그 예다.

 

서울 한강대교와 동작대교 사이에는 효를 생각하는 정자, '효사정'이 있다. 조선 초기 우의정을 지낸 노한은 세종 21년(1439년) 모친상을 당했다. 그는 어머니인 개성왕씨대부인을 선산에 예장하고 무덤 옆에 초막을 지었다. 3년간 묘 옆에 움막을 짓고 사는 시묘살이를 하고도 서러워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노한은 묘지 북쪽 깎아지른 듯한 언덕 위에 정자를 만들고 묘소를 바라보며 효성을 다하지 못한 것을 슬퍼했다.

 

동작구는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효사정 일대를 문학공원으로 조성해 2018년 시민에게 개방했다.

 

◆자연 만끽하며 코로나 블루 이겨내

 

지난 30일 효사정을 찾은 시민이 벤치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30일 오후 동작구 현충로에 자리한 '효사정 문학공원'을 찾았다. 지하철 9호선 흑석역 1번 출구로 나와 약 2분(154m)을 걸으면 한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선형공원과 함께 팔작지붕이 인상적인 효사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효사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에 5량집으로, 총 46.98㎡ 규모의 아담한 정자다.

 

이날 효사정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박모(28) 씨는 "요즘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도 못 가고 친구들도 못 만나 우울해서 밖에 나왔다"면서 "삶에 의욕도 없고 재미도 없었는데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30일 오후 효사정 입구가 막혀 있다./ 김현정 기자

 

 

시민 김용성(59) 씨는 "모임도 다 취소되고 장사도 잘 안돼서 매일이 고행"이라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정자를 찾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추모하기 위해 효사정을 지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됐다. 다음에 자식들 데리고 한 번 더 올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 정자가 조선시대 때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최근에 신축한 건데 굳이 이렇게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막아 놓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작구에 따르면 지금의 효사정은 조선 성종 대에 헐린 것을 1993년 복원한 것이다. 효사정(孝思亭) 현판은 공숙공 노한의 17대손이자 당시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이었던 노태우 씨의 친필이다.

 

동네 주민 이인숙(65) 씨는 "학교 못 가는 손주와 운동할 겸 해서 왔다"면서 "꼬맹이가 올해 여덟살인데 유치원 졸업도 못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책가방만 사놓고 그러고 있어서 불쌍하다"며 혀를 끌끌 찼다.

 

이 씨는 "그래도 여기 나와서 콧바람을 쐴 수 있어 다행"이라며 "체험학습 왔다고 생각하고 역사 공부도 하고 국어 공부도 하고 갈 예정이다"며 활짝 웃었다.

 

◆심훈의 삶 녹인 문학공원

 

지난 30일 효사정 문학공원에 온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리까.'

 

효사정 정자는 독립운동가 심훈 선생의 일생을 이야기로 풀어낸 문학공원과 이어져 있다. 심훈은 경기도 시흥군 북면 노량진리 검은돌집(현 흑석동)에서 태어났다. 1930년 3.1만세운동 11주년을 기념해 지은 항일 저항문학인 시집 '그날이 오면'에는 심훈이 고향 흑석리를 그리워하며 지은 '고향은 그리워도'가 실렸다.

 

동작구는 효사정 일대를 이야기가 흐르는 문화공간으로 개발하기 위해 심훈 문학비와 안내판을 설치, 지역 특색을 살린 문학길로 꾸몄다.

 

30일 오후 효사정 문학공원을 찾은 시민이 심훈 동상 옆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대학생 윤모(22) 씨는 "효사정 문학공원은 중앙대 학생이라면 다 아는 데이트 코스"라면서 "학교에서 별로 멀지 않아 여자친구랑 자주 놀러 나온다"며 씨익 웃었다.

 

윤 씨는 "올 때마다 궁금했는데 이건 뭐 심훈 덕후가 만든 것도 아니고 문학공원 전체가 심훈 작품으로만 구성됐다"며 "효사정과 관련된 다른 기록들도 소개해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효사정이라는 이름은 노한과 동서지간이었던 호조참판 강석덕이 지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제10권 금천현 누정조에는 강석덕의 아들 강희맹이 남긴 효사정기가 수록됐다. 이외에 정인지, 서거정, 신숙주, 김수온 등 조선 초기 학자와 문신들도 효사정과 관련된 시문을 남겼다.

 

동작구는 한강 일대 노량진, 흑석 권역에 산재한 역사문화 자원을 한데 묶어 관광 벨트로 구축할 계획이다.

 

구는 지난 2018년 6월 효사정 일대에 전망데크, 한강진입로 등을 만들어 도심 속 쉼터인 '효사정 문학공원'을 개방한 데 이어 올해 용양봉저정 자연마당 사업에 착공, 2022년까지 전망대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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