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내내 서버다운...'사이버 개강' 후 대학·학생 모두 '멘붕'
[메트로신문 이현진 기자] "'E-class 5부제'라도 시행해야 할 것 같네요" "대학 강의 들으러 PC방 갑니다. 웹캠도 없을뿐더러 온라인 강의에 안정적으로 접속하기 위해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강을 늦춘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로 봄 학기를 시작했지만, 시스템 오류와 접속 장애·지연 등의 문제가 속출하면서 강의 진행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온라인 강의 대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학생과 대학이 모두 난감한 상황이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16일 개강 이후 국민대·고려대·서울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인하대·중앙대 등 주요 대학들의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E-class나 블랙보드 등 온라인 강의 시스템에 특정 시간에 접속자가 몰리며 페이지가 다운된 현상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문의를 위해 접속한 학교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았고 전화 연결도 쉽지 않았다.
일부 동영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출석 여부 및 진도율을 확인하지 못하는 오류가 가장 흔하다. 교육부 권고로 온라인 수업을 확정한 대부분 대학이 개강 전 온라인 학습 관리 시스템(LMS·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위한 메모리를 늘리거나 서버를 손봤지만 수천 명의 학생이 동시 접속하는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상명대 한 재학생은 "동영상 강의를 다 들었는데도 학습 종료를 누르면 에러 메시지만 나왔다"며 "출석 인정도 안 된 것 같아 황당하다"고 말했다.
각종 문제가 속출하자, 일부 대학 서버 관리 부서는 동시 접속이 가능한 인원을 늘리는 등 서버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려대 이러닝지원팀은 학내 공지를 통해 "과부하로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접속이 가능한 유선 인터넷이 있는 곳에서 접속해 수업을 수강하고 여러 기기에서 동시에 로그인을 시도하는 것을 지양하길 바란다"고 안내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속속 벌어졌다. 대학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에 실시간으로 강의자의 실수담이 올라왔다. 교수자와 학생이 동시에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오디오를 끄지 않고 게임을 하거나 음식을 먹는 소리가 그대로 사이버 강의실에 공유됐다. 학생들은 대부분 접속했는데 정작 교수가 들어오지 못하기도 했다. 서울 한 대학에서는 교수자의 마이크가 꺼진 채로 20분 동안 수업이 진행됐다. 한 학생은 "'E-class 5부제'라도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스카이프, 줌(ZOOM), 유튜브 등 교수마다 다른 강의 방식 때문에 집에서 강의를 수강하려던 학생들은 피시방으로 향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웹캠이나 마이크 사용이나 안정적인 접속 등을 위해서다. 서울지역 한 학생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피하고자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지만, 되레 피시방에 가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고개를 저었다.
온라인 수업의 취약점을 보완해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정부 차원에서 온라인 교육 매뉴얼을 마련하고 관련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하지만 대학은 막막함을 토로한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서버를 확충하면 안정성이 높아지겠지만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버 유지 비용을 얼마나 더 써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온라인 강의 진행을 도울 원격교육 운영지원센터를 지정해 운영하는 등 교육 추경안을 통해 18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확정된 추경예산이 현장에 신속 지원될 수 있도록 예산집행 절차를 즉시 진행하겠다"며 "대학 현장에서 온라인 강의 운영에 겪고 있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송통신대 콘텐츠 지원, K-MOOC 인프라 증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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