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644만4000명이다. 전체 임금근로자 1962만7000명 가운데 32.8%를 차지한다. 성별로는 남성이 290만6000명, 여성이 353만8000명으로 여성이 많다. 연령계층별로는 50대와 60세 이상에서 비정규직 취업이 증가한 반면 3040에서는 감소했다. 산업별로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 등에서 증가했으며 농림어업에서는 감소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여건을 보면, 평균 근속기간은 2년 5개월로 전년 동월 대비 1개월 늘었으며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3.2시간으로 전년 동월대비 1시간이 줄었다. 지난해 6~8월까지의 월평균 임금은 149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만7000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임금근로자의 3개월간 월평균 임금은 236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만1000원이 올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10.5%로 전년 동기대비 0.3%포인트 커졌다.
참고로, 비정규직 개념에 대해선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국가간 비교를 위해 'temporary workers'란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OECD 평균의 temporary workers는 임금금로자 대비 21.9%를 차지하고 있다.
이상의 자료는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1호 업무지시'는 일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위원장을 겸임하며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무게를 실었다. 이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차곡차곡 실천하고 있다.
기업들도 '분위기' 파악을 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행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외부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연말까지 인천공항의 아웃소싱 노동자 1만명을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혔으며 21일에는 SK브로드밴드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하청업체·협력체 직원 5000여 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어 LG유플러스도 비정규직 인력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며 유통업계, 금융계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봇물 터지듯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마냥 환영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앞서 통계에서도 봤듯이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편이다. 당연히 줄여야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갑자기 너무 앞서면 문제가 발생한다. 심지어 기업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마치 지난 정부에서 각종 재단에 거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던 장면과 겹치기까지 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가 대기업 비정규직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해 올 하반기 대규모 실태조사를 벌인다는 뉴스도 나온다. 대기업이 일정 비율을 넘겨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고용부담금'이란 벌금을 물리기 위해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2.8%나 차지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IMF 외환 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로 얽히고 설켜 있는 이해관계를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아스왕의 매듭을 단칼에 자르듯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주주와 종업원과 고객이 있는 민간기업들에 비정규직의 정규직을 강요하거나 압력을 넣으면 지난 정부의 '적폐'를 그대로 답습하는 꼴이 된다. 조금 더 차분하게,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새 정부의 '꿈'을 실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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