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중적 태도·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정중동(靜中動, 조용한 가운데 어떤 움직임) 행보를 하는 모습이다. 올해 유엔총회 고위급회의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김정은 위원장이 수용하는 전제조건으로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지난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 간 통신연락선 재복원 ▲이중적 태도·적대시 정책 철회를 전제로 한 문 대통령 '종전선언' 제안 수용 등 남북 현안 입장에 대해 밝힌 것과 관련 신중한 입장이다.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시험 가운데 남북관계 개선 의지 표명 의지를 밝힌 만큼 청와대가 북측 메시지의 숨겨진 의미에 대해 파악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청와대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0일 본지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 시정연설 내용과 관련해 "(최근 김여정 부부장이 낸 담화와 북한 극초음미사일 발사 발표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연이은 북측의 대남 메시지를 청와대가 신중하게 바라보는 셈이다.
이와 관련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가운데 "통신선 복원에 (북한이 응답하는 것을) 통해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겠냐. 우리 호출에 북한이 응답하는 채널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각급 단위의 대화들을 통해 서로 합의되고 협의돼 열리는, (이렇게) 1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에서 최상의 시나리오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연이은 북한의 대남 메시지에도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은 '남북 관계 복원'이라는 징검다리를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정중동 행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이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 계기로 통신 연락선을 단절하고,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하는 등 남북관계가 위태한 순간들은 다시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시정연설에서 밝힌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의사는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튼튼한 징검다리가 만들어진 상황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3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가운데 "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특별한 말씀은 있지 않았다"며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2건, 미사일 발사, 김 위원장 연설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도 김 위원장 메시지에 신중한 반응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가운데 "여러 담화들을 어느 한쪽만 보지 않고 종합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김 위원장의 공개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남북 통신연락선의 복원과 안정적인 운용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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