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카카오의 실적 성장세는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플랫폼 장기 성장성이 여전하지만 규제 부담이 크다며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줄하향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500원(3.77%) 하락한 11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7일 금융당국은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 사실상 서비스 중단에 해당하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날 이후 카카오의 주가는 25% 이상 급락했다.
이어 정치권에서도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논란이 이어졌다. 여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골목상권과 상생하겠다며 지난 14일 상생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꽃, 간식, 샐러드 배달 중개서비스 등 사업 철수 및 혁신사업 중심의 사업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 3000억원의 상생기금 조성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으로 케이큐브홀딩스 전환 등이다.
◆카카오, 3분기 최대 실적 전망
카카오가 일부 수익 모델을 포기했음에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가 3분기에 매출액 1조5100억원, 영업이익 21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6.9%, 80.9% 증가한 수치로 1, 2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이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부문에서 기사 프로멤버십 비용을 기존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인하하고, 스마트콜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대리운전 중개수수료도 기존 고정 20%에서 0~20% 변동 요금제로 변경한다. 이러한 변화가 지난해 모빌리티 매출액 2800억원에서 약 5% 미만 수준의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또 카카오가 중단한 보험상품비교 서비스도 사업 초기 단계에 불과해 수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상황이다.
카카오의 실적 성장은 '톡비즈'가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톡비즈는 카카오톡 비즈보드, 메시지 광고, 네이티브 광고 등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광고주 목적에 따라 다양한 소재를 노출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광고형 상품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톡비즈 매출액이 4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비즈보드-톡채널-알림톡으로 이어지는 매출 선순환 효과가 크게 반영되고 있다. 소비자들과의 지속가능한 관계형 커머스를 지향하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며 광고주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한화·한국투자證, 카카오 목표가 하향
카카오톡의 실적 개선세에도 규제 부담 우려가 커지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지난 16일 삼성증권은 20만원에서 18만원으로, 한화투자증권은 18만5000원에서 17만원으로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어 17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기존 18만원에서 16만원으로 내렸다.
계열사들의 상장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오는 10월 상장 예정이던 카카오페이는 금소법에 발목이 잡혀 상장 일정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주관사 선정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광고와 게임, 커머스 부분은 구조적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카카오 전체의 영업이익 고성장세는 규제 이슈와 무관하게 이어질 것"이라며 "상생을 의식한 카카오의 자발적 신사업 수익화 속도 조절이 예상되는 만큼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슈는 플랫폼의 성장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며 "결국 앞으로 중요한 것을 균형점이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모빌리티와 핀테크 등의 수익 모델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조정될 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홍콩계 증권사인 CLSA는 이번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CLSA는 카카오의 목표주가로 19만4000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CLSA는 "금융당국의 발표가 오히려 향후 지침을 명확하게 해 점진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저점 매수 대응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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