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의 최대 '빅 딜'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지연으로 제동이 걸렸다.
국내 1, 2위 항공사가 결합할 경우 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 중·장거리 노선의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고, 글로벌 항공사와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기회가 생긴다. 그러나 공정위에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미국과 EU(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나머지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의 승인도 지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지난해 지주사인 한진칼의 양사 통합 결정 이후 단계별로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9개 필수신고 국가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후 지난 2월 터키, 3월 대만, 5월 태국 당국의 심사를 통과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베트남 등 국내외 6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PMI) 계획안이 산업은행의 확인을 거쳐 확정되면서 9부 능선은 넘어 이제 공정위와 세계 경쟁 당국의 심사만 남았다. PMI 계획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및 저비용항공사(LCC·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통합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 직원 고용 유지 및 단체협약 승계 ▲항공정비(MRO), 마일리지, 운임 인상 관리 등에 대한 방안이 담겼다.
공정위는 6월 초로 예정됐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의 계약을 10월 말까지 연장했다. 업계는 늦어도 연말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연내 공정위와 나머지 국가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지 못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항공사' 출범은 예정했던 2023년 하반기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통합 항공사 출범이 늦어질 경우 글로벌 항공사와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 증가와 세계 각국의 '단계적 일상회복(일명 위드 코로나)' 선언으로 해외여행 수요도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항공사도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비에 나서고 있지만 인수합병 지연으로 양사는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통상적으로 기업결합심사 시 결합 대상 기업이 속한 해당 국가의 경쟁당국의 결정을 먼저 지켜보고 다른 국가의 경쟁당국이 이에 상응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 결정이 늦어지면서 아직 승인을 하지 않은 다른 나라 경쟁당국의 결정도 자연스럽게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동걸 산업은행회장은 지난 13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의 대한한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산업적 관점과 부실기업의 도태 시에 생기는 파장을 고려하면 전향적으로 봐야 한다"며 "우리 경쟁 당국(공정위)은 기다리고 앉아서 '다른 나라가 하는 것을 보고 하자'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공정위는 아시아나항공의 회생가능성, 결합 이후 대한항공의 독과점 가능성, 인수 후 고용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특히 공정위는 양사 합병으로 국내 대형항공사(FSC)가 독점 체제로 운영되면 소비자 편익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항공운임은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받은 가격 이하로만 판매할 수 있다"며 "대한항공은 시장에서의 지위를 남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바로 통합하지 않고 2년여간 자회사로 운영한 이후 2년여에 걸쳐 통합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일단락된 이후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의 통합작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 출범은 국내 항공산업의 대대적인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노선과 스케줄의 선택 폭을 넓히고 마일리지통합 등으로 소비자들의 편의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경영평가를 통해 이행 여부와 운임, 노선 등 소비자 편익 관련 제반사항을 점검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우려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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