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헝다그룹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부채 규모만 350조원에 달하는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는 이미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제는 헝다 사태가 미치는 파급력이 얼마나 될 지다. 중국 내부에서는 헝다 사태가 정부가 통제 가능한 '질서있는 디폴트(orderly default)'를 예상하는 반면 국제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IB)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거대한 신용위험을 몰고올 '제2의 리먼브러더스'로 우려하고 있다.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부채규모는 1조9500위안, 한화 약 350조원 안팎이다. 올해 상반기 부실문제를 야기했던 화롱금융 부채의 8배에 달하며,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 총액의 70%를 웃도는 거대한 규모다.
헝다의 부채 위험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조치와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연초부터 제기돼 왔지만 국제신용평가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시장 우려에 불을 붙였다. 신용위험이 고조되면서 모든 자금조달 경로가 사실상 막혔을 뿐만 아니라 일부 금융기관들은 대출금 조기상환도 요구하는 상황이다. 헝다그룹 사태에 대해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3가지다.
먼저 '대마불사'를 위해 중국정부가 직접 헝다에 유동성과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이다. 헝다그룹의 대규모 부채 등을 고려할 때 시스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S&P의 매튜 차우와 크리스토퍼 입 애널리스트는 "중국정부의 직접적인 구제금융은 부동산 부문에서 디레버리징과 부실기업 정리를 강조해 온 정책방향에 배치된다"며 "시스템 리스크가 부각되지 않는 한 정부의 헝다그룹 지원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정부가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는 것이다. 무질서한 디폴트와 영업활동 중단으로 헝다가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낮다. 무질서한 디폴트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 뿐만 아니라 대규모 선분양 물량과 직·간접 고용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 충격과 사회불안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유력 시나리오는 중국정부가 관여하는 '질서있는 디폴트'다.
국제금융센터 주혜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정부가 직접적인 금융지원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디폴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적 지원에는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공급·시공사와의 협상 등을 통해 건설공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위한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질서있는 청산 또는 회생을 도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연구원은 또 "헝다의 '질서있는 디폴트'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역내외 부채 규모를 감안할 때 그 충격은 상당할 전망"이라며 "여기에 최근 중국의 경제활동 둔화와 기업규제 이슈로 인해 중국발 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헝다그룹의 주식과 채권은 모두 급락한 상태다.
홍콩 증시에 헝다그룹 주가는 지난 16일 2.62홍콩달러로 하락세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올해 1월 25일 16.82홍콩달러 대비 84%나 하락했다.
내년 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화표시 채권의 가격은 현재 29센트로 70% 가량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헝다 및 자회사 텐허 그룹의 달러화, 위안화, 홍콩달러화 채권 가운데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이자만 총 7억달러다. 당장 23일에 헝다는 8353만달러, 텐허는 3600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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