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ESG 연계를 늘리라는 시장의 요구와 '그리니엄(그린+프리미엄)'이란 채권 발행 유인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ESG 채권 발행이 활발해지는 만큼 채권의 다양성과 투명성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 채권 크게 늘어…발행기관 4.5배 증가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9일까지 ESG채권을 신규 상장한 곳은 104개사로, 지난해 전체 발행기관 수(23개)보다 약 4.5배 더 많다. 더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 은행 등이 ESG 채권에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상장 금액은 5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신규 상장 금액(59조원)의 약 90%를 벌써 따라잡은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도 인기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6500억달러(약 747조원)에 달하는 ESG 채권이 발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작년(4910억달러)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ESG 채권은 일반 채권이나 주식과 달리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돼 자금 사용처와 시기 등을 명확하게 공시해야 한다. 채권 발행 시 ESG 평가도 따로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ESG 채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대외적인 평판을 제고하려는 목적이 크다.
◆시장 수요와 '그리니엄'에 주목
국내외적으로 ESG를 요구하는 투자자와 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기금운용원칙에 지속가능성을 추가했다. 내년까지 운용 기금의 최대 50%를 ESG와 관련된 자산에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미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기업이 기후변화와 ESG 관련 사항을 더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증권거래위원회(SEC) 내에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기준을 수정하고 있다. 같은 달 ESG 공시를 의무화했던 유럽연합(EU)은 오는 14일 탄소국경조정세(CBAM·탄소배출 규제가 약한 나라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ESG를 반영하는 채권에 프리미엄이 붙는 '그리니엄(Greenium)'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리니엄이란 ESG 채권을 발행할 때 일반 채권보다 차입 금리가 더 낮게 책정되는 것을 말한다. 실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ESG 채권의 경우 신용 스프레드가 일반채권에 비해 낮다.
◆ESG 채권, 지속 가능성이 관건
ESG 채권 시장이 커지는 만큼 내실을 다지는 게 시급하단 얘기도 나온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사업이나 채권에 ESG인증을 붙이는 정도에서 벗어나서, 신규 ESG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식의 채권 발행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미국 SEC와 금감원이 연이어 경고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문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두 기관은 ESG의 이름만 단 채, 실제로는 ESG와 관련성이 낮거나 상반된 투자를 한 펀드들에 경고한 바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팀장은 "2~3년 정도 (ESG 채권)발행 규모가 커지고 나면 그린워싱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며 "기업이 저출산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채권 등 다양한 형태의 ESG 채권을 발행하고, 이행 과정도 구체적으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제 호주의 최대 보험사인 QBE는 2017년에 성평등 채권(Gender Equality Bond)을 발행한 후 매년 홈페이지에 이행 보고서와 글로벌 ESG 평가기관의 평가 보고서를 공시하고 있다. QBE는 사내 프로젝트를 통해 유급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한 남성이 300% 증가했다는 식으로 ESG의 의미에 부합하는 목표와 구체적인 성과를 제시했다. 국내 기관과 기업도 ESG에 관여할 방법을 다각도로 찾고, 이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시하면서 ESG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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