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준조세 형태로 개인, 기업에게 알게 모르게 부담을 주는 '강제성 채권'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성 채권이란 개인이 집을 살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국민주택1종채권, 자동차를 구입할 때 매입하는 지역개발채권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들도 공장을 짓거나 주택을 건설할 때 지역개발채권이라는 명목의 강제성 채권을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심지어 PC방, 자동차 정비업을 하거나 모레·자갈 등을 채취하는 업을 영위할 때도 강제성 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보통은 이들 채권을 매입한 뒤 일정 수수료를 내고 금융기관 등에 팔아 현금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명 '깡'으로 채권을 사자 마자 손해보는 구조가 국민들 일상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강제성 채권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6일 강조했다.
강제성 채권은 과거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공공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도입된 것으로 현재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전경련이 주장하는 근거다.
강제성 채권이라는 명칭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을 국민들에게 강제로 매입하도록 한 특징에서 비롯됐다
2014년 한 해 국민과 기업이 구입한 강제성 채권은 약 16조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약 20조원까지 규모가 커졌다.
집을 사거나 차를 살 때 적어도 1번 이상의 강제성 채권을 구입해야 한다. 강제성 채권에는 부동산 등기 또는 각종 인·허가, 면허 취득 시 구입하는 국민주택1종채권 그리고 자동차 등기 또는 각종 인·허가, 면허, 취득 시 구입하는 도시철도채권과 지역개발채권이 있다.
서울 강서구의 5억2000만원 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고 부동산 소유권 등기를 하기 위해선 897만원을 내고 국민주택1종채권을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지역별로 다르지만 2000만원 하는 1900cc 새 승용차를 살 때도 160만원의 지역개발채권을 구입해야 한다.
전경련 규제개혁팀 고용이 팀장은 "강제성 채권 의무 매입을 통해 발생한 손해는 기업과 국민들이 부담한 사실상의 준조세로 2014년에는 약 7000억원, 2015년에는 4000억원 수준에 달한다"면서 "강제성 채권 사업목적과 무관한 국민들도 행정허가시 필요하다는 이유로 강제성 채권을 매입해야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엽총소지허가, 사행행위영업허가, 주류판매제조업, 측량업, 수렵면허 등을 받을 때도 국민주택채권 또는 도시철도채권을 매입하도록 돼 있지만 사실상 허가·면허의 내용과 구입하는 강제성 채권의 사업목적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추광호 산업본부장은 "자금조달도 어려웠고 자금을 어렵게 조달하더라도 높은 이자율을 감당할 수 없었던 과거엔 강제성 채권제도가 공공사업 자금 조달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었지만 지금은 채권시장이 발전하고 이자율이 하락하는 등 환경이 변화해 제도 필요성이 없어졌다"면서 이로 인한 국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제도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