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새벽을 여는 사람들
[새벽을 여는 사람들] 박대수 꿈앤컴퍼니 대표 "발달장애인의 꿈을 설계하다"
◆ "직업은 행복으로 가는 통로" 해가 뜨기 전 어둠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새벽, 누군가의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하며 움직이는 이가 있다. 바로 꿈앤컴퍼니의 박대수 대표(46)다. 발달장애인의 진로와 직업을 위한 교육과 코칭 사업을 꾸준히 이어오며 "모든 이의 직업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행복으로 가는 길'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장애 아동을 위한 주간 보호시설에 자원봉사를 다녔다. 그 인연은 사회복지사라는 진로로 이어졌다. 그는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이후 서울 성동장애인복지관에서 약 12년간 근무하며 성인 발달장애인의 직업 교육을 담당했다. 그러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대부분의 성인 발달장애인은 어릴 때부터 적성과 흥미를 탐색하거나 체계적인 직업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었다. '어떤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결국 어렵게 취업하더라도, 일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직장에 적응하지 못해 금세 퇴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학령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진로를 명확히 설계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계속 생깁니다. 이들을 위한 '진짜 진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지속가능한 직무 개발,'자립 응원' 지난 2019년, 박 대표는는 '발달장애인의 진로 설계를 돕겠다'는 목표로 교육컨설팅 기업 꿈앤컴퍼니를 설립했다. 그는 단순한 생계를 위한 직업이 아닌, 장애인이 스스로의 적성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을 갖도록 돕고자 했다. 기업과 장애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고민한 결과였다. 같은 해, 꿈앤컴퍼니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꿈앤컴퍼니는 발달장애인의 진로 설계를 돕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발달장애인 부모를 대상으로 한 '진로 설계 교육'과 발달장애인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1:1 코칭이 있다. 박 대표는 지난 6년간 약 1000회 이상의 강의를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전국 각지에서 교육 및 코칭을 2300여 회 이상 진행했다. 2022년부터는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진로·직업 설계 교육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또한 자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사회복지 분야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 가능성을 직업으로, 경험을 코칭으로 꿈앤컴퍼니는 단순히 기존 직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흥미와 강점을 반영한 '새로운 직무'를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관광 가이드 직무다. 박 대표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낸 역사에 흥미가 많고 암기를 잘하던 한 여성 발달장애인을 떠올렸다. 그가 관광 가이드로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사회적기업 '가이드쿱'과 협력해 발달장애인 관광가이드 양성 과정을 만들었다. 기획 단계부터 지역사회 전문가, 교육 전문가, 그리고 발달장애인 당사자까지 직접 참여한 이 과정은 실제 가이드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꿈앤컴퍼니는 바리스타, 제과제빵사, 인권 강사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발달장애인의 직무 가능성을 넓히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교육과 코칭을 진행하던 중, 박 대표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발달장애인이 직접 발달장애인을 코칭할 수 있다면 어떨까?"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서라면, 더 깊은 공감과 신뢰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발달장애인 진로 코디네이터' 직무다. 다양한 직업 경험을 쌓은 발달장애인이 그 직무에 관심을 둔 발달장애인과 그 보호자에게 진로를 안내하고 조언하는 방식이다. 2022년에는 코디네이터 양성과정을 통해 5명의 발달장애인을 프리랜서 강사로 양성해 현재 이들은 진로 코칭을 직접 제공하고 있다. ◆'내일의 자립' 위한 '오늘의 실천'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고 느낄 때도 많지만, 그만큼 누군가의 삶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기쁘게 감당할 수 있어요." 박 대표의 하루는 누구보다 빠르게 시작된다. 매월 30여 회의 강의와 코칭을 진행하며, 강의 하나를 준비하는 데만 평균 5~6시간이 소요된다. 그는 최근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 과정, 심리상담사·진로상담사 자격 등을 준비하며 전문성을 더욱 다지고 있다. 2025년부터는 박 대표가 경기도 수원의 '매천자립지원센터' 센터장을 맡아, 대학과 연계한 발달장애인 특화 전공을 기획 중이다. 문화예술형 장애인일자리 창출과 고용연계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또한 재활용품을 활용한 악기 만들기, 미술 창작활동 등을 통해 환경 보호와 예술 활동을 융합한 '환경지킴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직무도 개발 중이다. 그는 발달장애인이 ESG 시대에 걸맞은 직무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진로와 직업은 결국 자립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자립은 준비와 실천이 꾸준히 필요한 영역입니다. 저희 꿈앤컴퍼니가 발달장애인과 경계선지능인 가족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