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양극화의 시대에 살아남기 오피니언>칼럼 [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양극화의 시대에 살아남기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 진영의 신념에 따른 정책들의 실험장이 되어왔다. 특히 진보진영이 집권할 때마다 내놓았던 각종 규제는 표면상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서민 주거권 보호를 표방했지만, 시장이 규제에 빠르게 적응하여 장기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강남 3구와 같은 부유층 밀집 지역의 자산 가치를 더욱 공고히 했고, 이는 부유층과 서민 모두에게서 다른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서민들은 정책을 지지하지만, 정작 혜택은 상류층이 가져가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모순은 대중의 정서에 치중한 정치적 논리가 만들어낸 불가피한 결과다. 강남 3구에 집중된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규제, 양도세 및 보유세 강화 같은 정책은 공급을 제한하고 거래를 축소시킴으로써 특정 지역의 희소성을 더 부각시킨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은 단순히 주거를 위한 자산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어간다. 희소성에 기반한 가격 상승은 강남과 같은 고급 지역을 더욱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만들며, 이는 전국적인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민들은 여전히 집을 소유할 기회를 놓치고, 강남은 "가치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믿음을 가진 투자자들로 플랫폼으로 굳어져 간다. 양극화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개인들의 살아남기 전략이 남을 뿐이다. 경제학에서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는 이미 투자한 자산이나 시간이 아까워 더 큰 손실을 무릅쓰고 현재의 선택을 고집하는 행동을 말한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선택은 기업이나 정부의 의사결정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시장에서 하락세가 예상됨에도 "지금 팔면 손해"라는 심리에 빠져 매도를 미루다가 더 큰 손실을 입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부동산 양극화의 흐름 속에서는 과거의 선택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분석에 기반해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투자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오류는 홈 바이어스(Home bias, 자국편중)이다. 이는 투자자가 자신에게 친숙한 지역, 산업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을 말한다. 다른 지역이나 자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신이 사는 지역의 익숙함, 유대감에 얽매이고, 가치함정(Value trap, 실제로 성장하지 않는 자산을 저평가 된 것으로 오인하여 투자하는 행위)과 결합하여 지방의 부동산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난다. 결국, 양극화가 확실시 되는 시장에서 개인이 준비해야 할 대책은 감정적 판단을 배제하고 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이해하며,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양극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일지 몰라도,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개인의 대응은 선택에 달려 있다. 강남 3구와 같은 지역에 진입하느냐는 차치하더라도, 잃어버린 비용에 집착하지 않고 가치 있는 기회를 식별하며, 새로운 경제적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도 논리보다는 감성에 의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경제 뉴스에서 금리, 환율을 보기도 바쁜데 주목해야 할 지표가 하나 더 늘어난 시국이다. 따지고 보면 근 10여년의 경제적인 격변기가 막 시작될 때에도 우리는 지금과 비슷한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혼란스러웠지만 성장의 기회이기도 했다. 감성에 휘둘리는 대신, 경제학적 통찰과 현실적 준비를 하는 것이 양극화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다./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