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유예 없이 공제 한도만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년 유예를 관철시키겠다고 나서고 있어 입장이 팽팽하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투자 소득세 기본공제 한도액을 기존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이는 '큰손' 투자자 과세와 일반 투자자 부담 경감을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 관련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국민의힘도 이에 적극 찬성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과세 유예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국내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폐지'에 손을 들었지만, 가상자산은 유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총선 당시 가상자산 공제 한도를 5000만원까지 상향한 공약을 내걸었으며, 기재위 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이 22대 국회 들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5000만원을 한도로 정한 것은 금투세 공제액과 형평성을 위한 것이었다. 또한 최근 급등한 가상자산 가격과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회유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를 주장하면서 야당을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어야 한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그 과세는 공정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2년 유예를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가상자산은 어떤 큰 거래소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인터넷이나 외국에서도 할 수 있다 보니, 지금 현재 우리의 준비 상태로는 공정하고 공평한 과세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우리 정부 당국에서 아직 준비가 덜 됐기 때문에 2년간 유예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과세했을 때 그 혼란을 어떻게 책임지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이 청년 자산 형성의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800만이 넘는 우리 국민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하고 있다. 그중에 또 대다수는 청년"이라며 "가상자산 가격이 오랜만에 올라가 손실을 회복할 수 있겠다고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민주당이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전날에도 "청년들이 가상자산에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청년들 부담을 줄이고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돼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착각하고 있다. 이건 국민의힘이나 정부와 싸우는 게 아니라 800만 투자자들 그리고 청년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경우, 가상자산에 투자해 연간 250만원이 초과하는 소득을 얻은 이들은 20%(지방세 포함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앞서 2020년 정부는 입법 과정에서 시행 시점을 2022년 1월1일로 규정했지만, 과세 인프라 미비로 2년 유예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 불안정을 이유로 2025년 1월로 또 연기했고, 2027년도로 또 다시 미루는 세 번째 유예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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