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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실적 악화 늪에 빠진 중소형 증권사…업계 위기감 고조

여의도 증권가/손진영 기자

최근 몇 년간 수익 구조 악화에 시달리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고 있고, 기업금융(IB) 부문에서도 대형 증권사의 시장잠식이 가속화하면서 중소형사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이 올들어 3분기까지 양호한 실적을 보인 것과 달리 중소형 증권사는 여전히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BNK투자증권과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은 3분기에 각각 45억원, 512억원의 영업손실에 37억원, 34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21억원으로 전년 동기(602억원)대비 47% 감소했다. 반면 대형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83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1% 증가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역시 각각 2388억원, 18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56%, 59% 늘었다. 이밖에 지난해 3분기 5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하나증권도 3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금리하락에 따른 IB 부문 실적 개선으로 대형 증권사의 3분기 실적이 양호했던 반면 부동산 부실자산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는 여전히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규모별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중 유의 또는 부실 우려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는 11%에 그친 반면, 자기자본 1조~4조원의 중대형사는 2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의 중소형사는 23% 수준이다. 이에 따라 3분기에 BNK투자증권은 303억원, iM증권은 614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금융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 등 전통 IB 강화에 힘쓰고 있지만, 단기간 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 대형사들의 지위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IPO, ECM, DCM 같은 전통적 IB 영역이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도 "중소형사의 경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시장 침체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충당금을 많이 쌓고 있는 데다 사업 기반이 부족해 다른 분야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통 IB 부문에 집중하는 일부 중소형사도 전반적인 시장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형사에 점유율을 내주면서 수익 기반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라고 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어든 점도 중소형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형 증권사 중심의 해외 주식 거래 쏠림 현상도 지속되면서 중소형사들의 존립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8년 4%에 불과했던 외화증권 중개 수수료 비중은 최근 25%까지 상승했다"며 "중장기적으로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 해외주식시장에서 고액자산가 등 차별화된 리테일 고객층을 보유한 대형사들의 점유율 방어 능력이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증권사들은 희망퇴직을 받고 영업점 수를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으나 당장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초기에는 자본 적정성이나 재무 안정성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이제는 사업 안정성 및 수익 기반의 지속적 저하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형사들이 시장 주도권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생존 위기에 몰린 중소형 증권사들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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