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저축銀 매각 성사...지난 2020년 이래 4년만에 인수합병
저축은행권에서는 '글쎄'..."업황 회복 단계인 만큼 인수합병 시기상조'
한화저축은행의 매각이 성사되면서 침체된 M&A(인수합병) 시장에 이목이 집중된다. 올 3분기 저축은행권이 순이익을 거둔 만큼 긍정적인 신호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저축은행 인수합병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한화생명은 한화저축은행 지분 100%를 장외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금액은 1985억원으로 1주당 2898원에 6160만주를 매수했다. 한화생명은 손해보험, 증권, 운용사에 이어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추가하며 금융계열사 지배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수신 기능이 있는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계열사 간 상호 시너지를 기대할 전망이다.
한화저축은행의 매각은 4년만에 나온 저축은행 인수합병 사례다. 지난 2020년 우리금융그룹이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아주저축은행을 함께 사들였다. 그간 금융당국이 업황 부진에 빠진 저축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완화 카드를 여러 차례 빼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시적인 성과다.
금융권에선 저축은행 업황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한 데다 올 상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NPL(부실채권)을 털어내면서 건전성도 높였다.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그동안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을 이익으로 환입하면서 순이익이 늘었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은 상상인·애큐온·HB·OSB·대원저축은행 등 5곳이다. 업계에서는 건전성 제고 여부가 향후 매각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에 한화생명이 품은 한화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비율은 지난 6월말 기준 15.50%로 직전 분기 대비 2.37%포인트(p) 개선됐으며 상반기 순이익은 47억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금융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저축은행을 인수했다고 발표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고 적자가 예고되는 금융사를 무턱대고 인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저축은행 인수합병의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저축은행권에서는 인수합병 활성화를 놓고 물음표를 던졌다. 기준금리가 떨어졌지만 조달비용은 오르는 추세며 리테일(소매금융) 반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아울러 3분기 실적이 나왔지만, 가결산 결과인 만큼 진짜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가적인 규제 완화에도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에 속도가 붙긴 어려울 전망이다. 여전히 업황 회복 단계인 만큼 인수합병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것.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방안'을 발표했다. 저축은행을 소유한 대주주가 인수합병을 단행할 때 영업구역을 4개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유일한 시나리오는 대형 지주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그룹 차원에서 수신 창구를 확대하거나 서민 금융 영업 속도를 높이는 등의 요인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는 저축은행업의 수도권 진출을 위해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다른 금융기관이 한화저축은행을 인수했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계열사 간 인수합병이 시장의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여전히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은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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