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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제약/의료/건강

[속깊은 人터뷰]엠마 캠벨 "K-제약·바이오, 세계 의료 소외 지역에 큰 역할"

엠마 캠벨(Emma Campbell)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본지와 인터뷰 갖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지난 7월, 국경없는의사회의 '액세스캠페인(Access Campaign·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액세스캠페인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난 199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수익금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전세계 모든 환자가 백신, 치료제 등 필수의약품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캠페인 관계자들은 국회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관계부처와 진단 기기 업체, 보건 의료 단체 등과 함께 '글로벌 보건의료 진단 형평성 개선 및 한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며, 한국이 가진 연구개발(R&D) 경쟁력과 공헌 의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든 것은 엠마 캠벨(Emma Campbell) 국경없는의사회(MSF) 한국사무소 사무총장(사진)이 기획한 일이었다. 캠벨 사무총장은 의약품, 백신, 진단기기 분야에서 한국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본부 관계자들을 직접 초청했다.

 

그는 "한국은 필수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시장에서 리더가 될 수 있는 강한 잠재력을 가진 국가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며 "국제 본부에서 봤을 때 한국은 아직 작은 위치지만 한국사무소가 MSF의 구호 활동에 얼마나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MSF 한국사무소에서 취임 1년을 맞은 캠벨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을 열렬히 사랑하는 팬이다. "한국에 부임한 것 만으로도 모든 꿈을 이뤘다"고 말할 정도다. 호주국립대에서 한국 정치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학 연구·강의를 했던 '한국 전문가'이기도 하다.

 

-왜 한국이었나.

 

"지난 수십년간 한국을 사랑했다. 90년대 중반에 베이징에 공부하러 갔을 때 한국 친구들을 만나면서 한국의 음식과 문화, 음악 등에 매료됐다. 이후 한국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며 한국이 가진 역사와 민주화 과정, 발전 과정 등에 많은 놀라움을 느꼈다. 이제 한국은 나에게 집 같이 편안한 곳이다. 한국이 없는 나의 삶은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다."

 

-MSF 한국사무소 사무총장 취임 첫 1년은 어땠나.

 

"굉장한(Fantastic)한 시간이었다. 한국은 특별하고 놀라운 나라다. 사무소에서 일하는 동료들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파견된 현장 근무자들의 역할을 보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한국 현장 근무자들은 기술적으로 우수하고, 어디서나 적응하는데 높은 유연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고 성장한 독특한 배경과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시선과 관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온 현장 근무자들은 새로운 충고와 조언을 해주고 이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 한국 활동가들의 경험을 토대로 MSF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1년간 주력한 일은.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갈등과 분쟁을 소셜미디어, 언론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자지구 분쟁은 많이 알려졌지만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 내전은 한국에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17개월간 분쟁이 이어지며 1000만명이 넘는 실향민이 발생했고 2400만여명의 주민이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전세계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고 UN을 비롯한 단체의 지원도 거의 없는 상태다. 이런 분쟁 상황을 알리고, 인도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중과 언론은 물론, 정치인 등 의사 결정자들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한국은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이 된 유일한 국가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연이어 겪으며 국제 원조를 받아 살아 남았지만, 지난 2009년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며 원조 공여국이 됐다. 수혜국이 된 지 60여년 만의 일이다.

 

캠벨 사무총장은 한국이 가진 특별함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봤다. MSF 한국사무소 역시 지난 2012년에야 문을 열었지만, 1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후원금 규모 기준 전체 35개국 가운데 17위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후원에 소극적이지 않나.

 

"한국사무소의 후원자는 2021년 16만명에서 2023년 26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기준, 정기후원자는 약 24만 명에 달하며, 유산기부를 약속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후원금 또한 2021년도 342억에서 2023년 587억원으로 매년 100억원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의 후원자와 MSF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들은 단순히 후원금 지원을 넘어 MSF의 활동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참여해 많은 감동을 준다."

 

-한국 후원자의 특별한 점이 뭔가.

 

"한국인은 매우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고, 헬스케어 서비스는 물론 의식주와 같은 기본 생계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을 항상 돌본다. 나이가 있는 많은 후원자들이 '우리는 다른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이를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원조수혜국이었던 경험이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나 커뮤니티를 돕는데 확실한 동기가 되고 있다고 본다."

 

엠마 캠벨(Emma Campbell)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본지와 인터뷰 갖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캠벨 총장은 한국은 이미 MSF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한국이 가진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경쟁력으로 향후 5~10년 한국은 MSF의 구호 활동이 맞닥뜨린 많은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제약·바이오가 왜 중요한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액세스캠페인 관계자들은 한국의 치료제와 R&D 수준에 놀라워했다. MSF가 구호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상당수가 한국 제품이며 특히 의료기기 부문에서 한국은 상위 5위 안에 드는 공급처다. 또 유엔기구가 사용하는 콜레라 백신의 95%는 한국 바이오 기업인 유바이오로직스가 공급한다. 한국 제약사가 유엔, 글로벌펀드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수요를 충족할만한 안정적이고 검증된 제품을 공급할 역량이 있다. 앞으로 5~10년간 한국은 MSF의 활동과 MSF가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많은 과제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정부는 바이오 의약품에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하고, 국제백신연구소와 라이트재단 등의 단체도 지원에 매우 적극적이다. 특히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소외 질환 치료제와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많은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것은 물론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 전기가 없고 극단적인 기온으로 고통 받는 여러 국가에 한국의 기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캠벨 총장은 MSF 내에서 한국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여행 금지제도 완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한국 정부는 현재 수단, 우크라이나, 예멘,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총 19개 국가에 대해 한국 국민의 방문 및 체류를 금지하고 있다. MSF 현장 구호활동기를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이를 어기고 해당 국가를 방문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임기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한국의 구호활동가들은 뛰어난 기술과 경험으로 전세계 현장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여행금지제도의 영향으로 많은 국가에 파견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여행금지제도에 민간 인도적지원 단체들에 대한 예외조항을 신설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에 인도적지원의 개념과 중요성, 국제구호활동이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드높일 수 있음을 알릴 예정이다. 또 MSF와 같은 구호단체들이 어떻게 활동가와 직원의 안전을 체계적으로 보장하는지도 지속적으로 보여줄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있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MSF, 그리고 한국이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진 MSF 한국사무소는 꿈의 직장이었고 취임하는 순간 나는 이미 꿈을 이뤘다. MSF는 국제 조직이지만 MSF 한국사무소 만큼은 한국 단체인 것처럼 느끼고, 한국인들이 오너십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한국어를 아주 잘하고 싶다. 2주년 취임 때는 한국말로 인터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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