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범죄 올해 상반기 다시 증가세
민간, AI로 피싱 문자 실시간 분류
정부 대응책…실효성 미흡하다는 목소리 나와
'보이스피싱·스미싱·스팸' 등 금융 범죄가 교묘해지면서 국가와 민간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민간 기업은 AI 기술을 통해 사전 예방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예산과 수사 인력 부족으로 피해 확산 방지에만 치중해 비판을 받고 있다.
◆ 증가하는 피싱 범죄
최근 2년 동안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피싱 범죄는 감소 추세였으나, 2024년 상반기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AI를 활용하는 등 범행 수법이 전문화·지능화되고 있어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이 가장 많이 발생한 2019년(3만 7667건)에 비해 지난해 1만 8902건으로 50% 감소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 금액은 4472억 원가량으로, 2021년 7744억 원에 비해 약 40%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5월까지 총 8434건에 2563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해 보이스피싱 범죄가 활발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홍보 문자를 사칭한 스미싱·스팸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스팸 문자 상당수는 스미싱으로, 악성코드가 포함돼 스마트폰을 해킹할 수 있어 2차 피해도 초래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스미싱은 2022년 3만 7122건에서 지난해 50만 330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5월에는 73만 5218건을 기록해 이미 전년 수치를 넘어섰다. 스팸 음성·문자 건수도 2019년 3112만 건에서 지난해 3억 268만건으로 약 10배 정도 폭증했다.
◆ AI 기반 '피싱 범죄 방지 기술' 고도화
IT·통신업계는 AI를 활용해 피싱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협력해 AI가 실시간으로 피싱 문자를 자동 분류해 차단하는 '악성 문자 필터링' 서비스를 도입한다.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신제품부터 적용되며, 기존 스마트폰 모델에도 출시일을 고려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적용할 계획이다.
KT는 서울경찰청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번호를 즉각 차단하는 '긴급 망 차단 서비스'를 지난 10일부터 운영 중이다. 기존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번호를 정지하기 위해 최소 만 하루가 소요됐지만, 시스템 도입으로 KT 망 내 범죄 회선의 전화 수·발신을 즉각 차단할 수 있다. KT는 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국가기관과 협력해 피싱 범죄를 탐지하는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보이스피싱 의심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해 알려주는 기능이다. 특히 통화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단말기 내에서 처리하는 소형언어모델(sLM) 기반의 온디바이스(기기 내장형) AI 기술을 구현했다.
LG유플러스는 '고객피해방지 분석시스템'을 구축해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이 시스템은 LG유플러스가 보유한 고객의 피해 대응 정보와 경찰청,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외부 기관 정보를 분석해 스팸 메시지를 자동 차단하고, AI·머신러닝 등 ICT 기술을 활용해 대응 방안을 도출한다.
◆ 정부 대응 실효성 미흡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부터 문자 재판매사의 전송 자격을 강화하는 '대량 문자 전송 자격 인증제'를 도입했다. 문자 재판매 업자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KT나 LG유플러스 등 문자 중계 사업자로부터 전송 자격을 인증받아야 광고성 문자를 발송할 수 있는 자율 규제다. 시행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보이스피싱 범죄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제도 유예기간 동안 스팸 문자가 급증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문자 재판매 사업자의 등록 요건을 자본금 5000만 원에서 3억 원 수준으로 상향하겠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문자 발송 시장은 연 2조 원대 규모로 진입장벽이 낮아 수익을 목적으로 스팸 문자를 대량 유통하는 이들을 막기 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자본금으로 진입 장벽을 높여 스팸 문자를 막는다는 건 한계가 있다"며 "제도적 허점을 막을 수 있도록 관리 방안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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