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이다. 여기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이라는 요건을 '비공지성'이라고 하고, 이는 해당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비공지성 요건의 충족 여부 판단과 관련해 설령 어떤 정보가 공지된 정보를 조합해 이뤄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비공지성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그 조합 자체가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전체로서 이미 공지된 것 이상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조합된 전체로서의 정보를 통상적으로 입수하기 어렵다면 그 정보는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없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2022도16851)에서 이같은 법리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A사의 전 임직원들은 퇴사하면서 가정용 맥주 제조기와 관련해 이를 제작 단계별로 로직도 형태로 표시한 공정흐름도 파일 등(이하 '공정흐름도')을 빼돌렸는데, A사가 전 임직원들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으로 형사고소 한 사건이었다. 1심과 2심은 "모두 공정흐름도에 기재된 개별 구성 부분들이 다른 회사 제품들에 부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거나 공정흐름도에 기재된 내용이 대체로 통상적인 맥주 제조 순서와 기존에 출시된 다른 회사 제품의 공정 순서를 단순히 종합한 정도라는 이유로 위 공정흐름도가 비공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공정흐름도에 다른 회사 제품들의 공지된 구성 부분이 단순히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서써 회사의 가정용 맥주 제조기의 전체 구성 등이 도식화돼 있는 점 ▲비록 개별 구성 부분들이 기존의 다른 회사 제품에 부분적으로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유기적으로 조합한 A사 제품의 전체 구성과 구조 등은 해당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점 ▲위 공정흐름도는 A사가 제품 개발을 시작해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 종합하고 여러 실험 등을 거쳐 작성한 것으로 경쟁자가 A사를 통하지 않고 이러한 정보를 입수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위 공정흐름도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제2심)판결을 파기했다.
위 판결은 영업비밀의 비공지성 요건 충족 여부와 관련해 일부 정보가 공지돼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정보가 어떤 다른 정보와 조합됐고, 해당 조합이 업계에 알려져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공지성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피해회사로서는 영업비밀로 보호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는 것이다. 영업비밀을 관리하는 회사로서는 위와 같은 법리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권리 행사 등에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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