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정수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숨어있던 국내 기업들도 성장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OEM과 ODM 업체들까지 자체 브랜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이다.
20일 코트라 무역투자연구센터에 따르면 국내 정수기 수출액이 지난해 8억7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8억7200만달러)를 소폭 넘어선 숫자, 2017년(4억3700만달러)와 비교하면 2배나 성장한 것.
코트라는 지난해 전세계 정수기 시장 규모가 336억달러, 연평균 7.6% 성장하며 2030년에는 54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전세계 소비자들이 깨끗한 물에 대한 요구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일각에서는 정수기 시장이 다소 비싼 가격과 현지 인식 때문에 크게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기도 했지만, 위생 인식 제고와 건강 관심 증대 및 경제 성장에 따른 생활 수준 향상과 친환경 소비 확산으로 시장이 급변하기 시작했다고 코트라는 분석했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1리터 생수에 약 24만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수기 수요도 더 확대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수기 기업들은 앞다퉈 해외 진출에 속도를 붙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코웨이와 SK매직 등 국내 가전과 렌탈 기업들이 정수기 최대 수출국인 말레이시아에 공을 들이는 모습,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도 비중을 높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ODM이나 OEM으로 주요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며 생산력을 확인한 중소 기업들도 자체 브랜드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원봉이 대표적인 성공사례. 주요 기업에 정수기 제품을 공급하던 원봉은 일찌감치 자체 브랜드 루헨스를 론칭하고 B2C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싱가포르에서 특히 인지도가 높다고 알려져있으며, 미국에서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필터 전문기업인 피코그램도 2015년 '퓨리얼'을, 정수기 기업 비.엘.아이도 2020년부터 '에이뮤'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소형정수기를 중심으로 B2C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정수기를 생산하던 오비오도 B2C 시장 진출을 확정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정수 전용 직수 정수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원이 없이도 물 사용량을 감지해 필터 교체 시기를 알려주는 기능도 더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들은 국내 정수기 산업 역사를 함께하며 높은 기술력을 자랑한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크게 성장한 일본 시장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것도 공통점.
특히 새로 자체 브랜드를 준비하는 오비오는 2001년부터 일본 시장 문을 두드려 지난해 수출액만 640억원을 달성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카메룬 등 수출 불모지로 불리는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에도 이미 진출했다는 강점이 있다. 자체 브랜드를 확대하기 위해 R&D 투자도 늘리고 있다.
오비오 관계자는 "매일 마시는 물에 대한 경각심이 두드러지는 때에 더욱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 오비오만의 기술력이 반영된 새로운 정수기를 출시할 예정이다"며 "앞으로도 건강한 물을 위해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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