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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안상미 기자의 와이 와인]<213>칠레와인을 십년 묵혀 마신다고?…몬테스 알파엠

<213>칠레 몬테스 알파엠(M) 2010, 2015, 2020 빈티지

 

안상미 기자.

2012년 미국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열렸다. 빈티지만 2004년으로 동일하게 하고 와이너리는 물론 생산지 등은 모두 가리고 맛으로만 평가하는 자리였다.

 

2004년 빈티지면 벌써 8년이 지난 시점이다. 당연히 그만한 세월을 견딜 수 있는 프리미엄 와인들이 대상이 됐다. 아니 견디는 수준이 아니라 10년 가까이 되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려면 15년에서 20년은 거뜬히 갈 와인들이 명함을 내밀었을 터. 샤토 라피트 로칠드와 샤토 오브리옹 등 와인 종주국 프랑스의 1등급 와인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슈퍼투스칸 사시카이아, 미국의 오퍼스원 등이 모두 출품을 했다.

 

(왼쪽부터)몬테스 알파 엠(M) 2010년, 2015년, 2020년 빈티지. /나라셀라

결과가 발표되자 사람들의 시선은 1등이 아니라 2등에 모아졌다. 다름아닌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 엠(M)'이 2등을 차지해서다. 칠레 와이너리 몬테스의 창립자인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은 이달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칠레에서 고급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혁명과 같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지만 몬테스 알파 엠을 통해 칠레도 보르도 그랑크뤼 수준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보면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 알파는 안다는 '국민와인' 그 몬테스 알파다. 몬테스는 와인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병을 돌파했고, 단일 브랜드로는 부동의 1위다. 첫번째, 처음이란 뜻의 '알파' 이름값을 한국에서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몬테스 알파 엠은 카버네 소비뇽에 카버네 프랑과 메를로 등을 섞어 전형적인 보르도 블랜드 방식으로 만들었다. 보르도 그랑크뤼 급을 목표로 잡은 이유도 여기있다. 맛의 깊이와 느낌이 고상하고 귀족적이다.

 

몬테스 알파 엠이 다른 프리미엄 와인과 구별되는 최대 장점은 마시기 쉽다는 점이다.

 

맘먹고 고른 비싼 와인이 막상 따라보면 텁텁해 마실 시기나 조건을 따져야 하지만 몬테스 알파 엠은 그런 고민이 필요없다. 칠레 와인 특유의 과실미에 잘 짜여진 구조와 균형감으로 어릴 때는 어린대로, 숙성됐을 땐 또 그 나름대로 매력을 발산한다.

 

2010년에서 2015년, 2010년까지 같은 와인을 빈티지별로 맛보는 이날의 버티컬 테이스팅에서도 선호는 그저 취향에 따라 갈렸다.

 

2020년 빈티지는 진한 루비색에 붉은 과일의 향과 시가, 가죽에 후추같은 향신료향까지 다층적이었다. 보여주는게 많지만 그렇다고 어떤 맛도 압도적이지 않고, 타닌은 탄탄하지만 부드럽다.

 

2015년과 2010년은 여기에 우아함이 더해졌다.

 

몬테스 회장은 "2015년은 병 안에서 우아해졌으며, 숙성을 통한 2차 풍미를 더 느낄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 풍미가 잘 녹아든 느낌이지만 여전히 견고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평했다.

 

몬테스 알파 엠의 첫 빈티지는 1996년이다. 이제 30년 가까이 지난 와인의 맛은 어떨까.

 

개인 저장고에 아직 6병을 가지고 있다는 몬테스 회장은 1996년 빈티지의 맛을 아름다운 석양으로 표현했다. 그는 "몬테스 알파 엠은 힘이 있고 숙성령이 좋아서 20년까지는 거의 보증이 되지만 그 후로는 아름답게 지는 해"라며 "사람의 취향에 따라 한낮의 태양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부드럽게 지는 석양을 좋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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