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회생·파산, 돈 안 갚는 채무자에게만 유리한 제도?

박규희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일반인들은 도산제도가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에게만 유리한 제도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돈을 성실히 갚아나가는 채무자는 채무 전액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돈을 갚지 않으려는 채무자는 도산제도를 이용해 채무를 면제받고 오히려 채권자만 고통을 감수하게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물론 채무가 자산을 초과해 정상적으로 채무상환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채무자들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이 경우 채권자들도 채무자의 노력을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든 채권자가 기다려 주진 않는다. 금융기관의 경우 내부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변제기가 도래했음에도 채무가 전액 변제되지 않으면, 그 즉시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자산에 대해 가압류·가처분을 신청한다. 담보권이 있는 경우 강제집행절차를 밟는다. 특히 채무자의 영업에 필수적인 영업용 자산이 가압류되거나 계좌가 동결되는 경우, 채무자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 채무를 변제하고 싶어도 기본적인 생활이나 영업을 이어가기 매우 힘든 처지가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제2금융권으로부터 긴급히 고리로 대출을 내는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채권자 입장에서도 채무자가 상황을 악화시킬 바에는 도산절차를 밟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채무자가 스스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상황이 더 나빠지면 채권자들이 변제받을 수 있는 채무자의 재산현황도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채무 1억 원, 자산 5000만 원을 가지고 있는 채무자 A의 경우를 보자. 금융기관에 의해 채무불이행을 통지받고 자신의 채무가 자산을 초과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자마자 회생을 신청했더라면 A의 채권자들은 공평하게 위 자산 5000만 원을 채권비율로 나눠 변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 A가 어떻게든 혼자 상황을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던 과정에서 금융기관 등 일부 채권자가 채무자 A의 자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실행해 버린다면, A는 5000만 원을 훨씬 하회하는 자산만을 가지고 회생절차를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는 강제집행을 신청한 일부 채권자들에게는 이익일지 몰라도 그 채권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채권자들에게는 매우 불리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채무불이행과 동시에 소송이나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는 금융기관과 달리 생업에 종사하는 상거래채권자들, 일반 개인 대여금채권자들일수록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도산제도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이전에 채무자가 지니고 있는 모든 재산을 환가해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 주는 제도로 이해해야 한다. 회생은 해당 채무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재산 뿐만 아니라 앞으로 10년간 벌 수 있는 수입도 고려해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변제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파산을 통해 채무의 대부분을 면제받는 채무자들은 법원이 판단하기에 '앞으로 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 경우(소득을 발생시킬 수 없는 경우)'로 인정돼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 있는 채무자라면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채권자들에게 변제할 책임재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므로, 법원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지금 있는 재산이나마 채권자들에게 분배하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채무자 역시 채권자들에게 책임을 다하고 싶다면 지급불능이 예상되는 시기(금융기관 등으로부터 강제집행이나 소송이 진행되지 않은 시기)에 전문가를 찾아 도산제도를 통한 변제절차를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