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큰 손'인 연기금이 새해 들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성장주와 금융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비중 감소 추세는 여전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기관투자자는 국내 주식(코스피·코스닥) 1조402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가운데 연기금은 113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소가 연기금으로 분류하는 수급 주체는 연금, 기금, 공제회와 함께 국가, 지자체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 국민연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 기간 연기금 코스피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은 카카오다. 103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네이버(349억원)는 순매수 7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두 종목 모두 지난해 한 해 동안 50% 넘게 급락했으나, 올해 들어 각각 15.25%, 10.42%씩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과 긴축 완화 기대감이 커지자 나스닥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국내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도 커진 모양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데 미국의 추가 하락이 없다면 오는 3월 양회 이전까지는 중국 플랫폼 추가 규제 완화 기대가 주가 상승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를 통한 국내 플랫폼 업체의 직·간접적인 수혜는 전무하나 평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상향에 따른 주가 상승은 기대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KB금융(441억원), 신한지주(348억원), 하나금융지주(334억원) 등 금융주도 순매수했다.
실적 개선에 따른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한지주는 자본비율을 12%대로 유지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국내 7개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요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보내며 '은행주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은행주 중심으로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크게 형성됐다"며 "과도하게 저평가된 주가 개선을 위한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확대 노력과 자본시장의 요구가 맞물려 은행주 주가는 연초 이후 10~28%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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