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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3>와린이부터 애호가까지…추석 와인 페어링

<163>추석 와인

 

안상미 기자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추석이 코 앞이다. 특히 이번은 감회가 다르다. 팬데믹에 '홈추·홈설(Home+추석·설)'만 지내다가 3년 만의 대면 명절이다. 소소하게 기름 냄새 풍길 전과 와인 한 잔만 있어도 좋았지만 역시 명절은 마주보며 떠들썩해야 제 맛이다.

 

이번 추석 와인 담당은 머리 좀 아프게 생겼다. 지난 3년간 와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초보자인 '와린이(와인+어린이)'부터 까다로운 애호가들까지 모두 만족시킬 와인을 찾아내야 하니 말이다.

 

(왼쪽부터)돈나푸가타 안띨리아, 벨 꼴레 바르베라 다스티 슈페리오레 DOCG 누완다, 덕혼 디코이 멀롯. /나라셀라

먼저 와린이들을 위한 와인이다. 명절 음식은 물론 음식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소위 '만능템'이다.

 

명절 음식 대표 선수인 전 요리에는 뭐니뭐니 해도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을 먼저 집을 수밖에 없다. 와인의 상쾌한 아로마와 기분 좋은 산도가 전과 같이 기름기가 많은 음식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돈나푸가타 안띨리아'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토착품종인 카리칸테에 다른 화이트 품종을 섞어 지역색을 간직한 와인이다. 향긋한 아로마와 함께 신선한 느낌이 꽉 들어차 있다. 달콤함 속에 기품 있는 과일의 느낌이 인상적이며, 들꽃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 9~11도로 시원하게 마시면 더 할 나위 없다. 음식을 차려내기 전에 식전주도 한 잔씩 해도 좋고, 가벼운 요리와 함께 곁들이기도 편하다.

 

명절 상차림에 빠질리 없는 육류 요리에는 역시 레드 와인이다.

 

'벨 꼴레 바르베라 다스티 슈페리오레 DOCG 누완다', 길고 어려운 이름이 영 불편하다면 누완다로 기억해보자.

 

원래 누완다(Nuwanda)는 인디언 수장이 강인함을 상징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새기는 번개 문양을 뜻한다. 누완다는 이름에 걸맞게 갈비찜이나 산적 등의 양념 맛에도 밀리지 않을 묵직한 와인이다. 과실향이 조화롭게 피어나며, 입에서는 신선하고 지속적인 산도와 탄닌이 조화를 이룬다.

 

'덕혼 디코이 멀롯'은 신세계 멀롯의 기준을 세운 덕혼에서 만들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은 와인이다. 진한 과실에 다크 초콜렛이나 삼나무향이 어우러져 구운 고기와 같이 한 모금하면 부드러운 탄닌이 고깃결에 스며들어 그야말로 일품이다.

 

(왼쪽부터)마셀드샹제 부르고뉴 오뜨꼬뜨드본 피노누아, 케이머스 나파밸리 카버네소비뇽, 몬테스 알파엠

이번엔 역사와 전통을 지닌 와인이다.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부터 미국, 칠레, 이탈리아까지 구세계과 신세계를 넘나들지만 명성만은 서로 밀리지 않는다. 와인애호가들의 높아진 입맛에 맞추기도,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하기도 좋다.

 

'마셀드샹제 부르고뉴 오뜨꼬뜨드본 피노누아'는 평균수령이 40년 이상인 포도나무에서만 포도를 수확하며, 서늘한 기후를 그대로 담아 좋은 산도를 가지고 있다. 와인을 따르고 바로는 유기농 와인 특유의 쿰쿰함이 느껴지지만 곧 날아간다. 신선한 과실향과 함께 부드러운 타닌으로 마시기 편안한 와인이다.

 

'케이머스 나파밸리 카버네소비뇽'은 투박하지만 귀족적인 와인이다. 짙은 색상과 풍부한 과실맛에 복합적인 풍미, 벨벳 같은 탄닌으로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카버네 소비뇽이라는 단일 품종이지만 8개의 다른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를 섞어 매해 기복없이 한결같은 맛을 유지한다. '단짠' 양념갈비나 진득한 소스의 음식과도 먹기 좋다.

 

'몬테스 알파엠'은 와인은 몰라도 다 안다는 '몬테스 알파'의 프리미엄급이라고 보면 된다. 카버네소비뇽과 카버네프랑, 멀롯 등 이른바 '보르도 블랜드' 방식으로 만들었다. 과실의 향과 후추와 같은 향신료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육류 요리라면 대부분 잘 어울린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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