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최근 주거래은행을 찾아 달러예금 1000만원을 맡겼다. 주식, 비트코인 등 그동안 수익률이 높았던 상품이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하자 안전자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그는 "주거래은행을 이용하면 90%정도의 수수료도 깎을 수 있고,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말에 가입했다"며 "지속적으로 달러예금 비중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 방어차원에서 유지돼 온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은행의 달러예금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달러 예금통장과 해외주식을 연계해 안전자산인 달러의 비중을 높이면서, 달러예금 통장의 낮은 이자를 보완하려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잔액은 지난 7일 기준 573억2100만달러로 지난 8월말(545억3000만달러) 대비 29억9100만달러(3조5075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은 올해 1월말 503억원 6000만달러에서 5월까지 월평균 24억7300만달러씩 꾸준히 증가하다 6월말 557억2200만달러, 7월말 542억7100만달러, 8월말 545억2900만달러로 상반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달러예금 잔액이 한달 새 상승세로 돌아선 이유는 우선 안전자산 확보 목적이 크다. 오는 11월부터 미국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본격화될 경우 주식시장에 투입됐던 유동성이 빠져나가면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달러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1169.54원으로 지난해 12월(1095.13원)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달러화를 내다팔기 때문에 달러예금이 줄어든다. 연말까지 달러강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달러 파는 시기를 늦추겠다는 복안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 이후 경제환경은 소비와 투자의 확장보다는 정체 내지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에 원화 약세 전망이 우세하다"면서 "미국 고용지표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향후 달러가치의 강세 전환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달러예금과 해외주식을 연계할 수 있는 금융상품 가입도 늘고 있다. 달러 예·적금 금리의 경우 금리가 0.1~0.2% 수준으로 환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가연계증권(ELS)이나 미국 국채, 회사채 등을 통해 일정수익을 가져가겠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신한은행에서는 '외화 체인지업 예금'을 통해 별도의 이체나 환전없이 곧바로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하나은행도 '밀리언달러 통장'을 통해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가능하다. 제휴증권사는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허도경 신한은행 PWM목동센터 PB팀장은 "1190원대에 매수해 환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해외 투자, 유학비 송금 등으로 조만간 달러 수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가격대라도 매수해 놓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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