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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스포츠종합

패배해도 엄지척 '메달 지상주의' 퇴조… 관전문화의 대전환

팬데믹 태풍 등 악재 속 올림픽 선수들
투지·긍지로 감동 만들어

지난달 25일 일본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대한민국과 루마니아의 경기에서 루마니아 마리우스 마린의 자책골이 나오자 황의조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도쿄올림픽은 이전과 다른 악조건 속에서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며 개최 전부터 새로운 팬데믹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월드컵과 함께 지구촌 최대의 축제로 대표되는 올림픽은 응원의 함성보다 격렬한 반대를 먼저 마주했고 '저주받은 올림픽'이란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전염병뿐 아니라 태풍 네파탁이라는 악재도 만났고 무관중 경기인 만큼 긴장감과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함께 모여 응원할 수 없는 만큼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이전과 확연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게 자칫 '흑역사'가 될 뻔했던 도쿄올림픽은 선수들의 투지와 긍지로 지탱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의 계속된 공습도 5년을 질주해온 이들의 도전을 막지 못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분투했던 국가대표의 땀과 눈물은 코로나 공포는 물론 국가 간 정치적 대립을 넘어서기 충분했다.

 

스포츠를 그 자체로 즐기려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 태생)의 문화는 올림픽의 관전문화를 바꾼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올림픽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선수들의 긍지와 화합의 정신, 여기서 연출된 MZ세대들의 감동적 장면은 다시 뛸 수 있는 의지를 불어 넣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함성을 경기장에 들이진 못했지만 꿈의 무대에 선 이들의 투혼은 전 세계 수많은 청년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와 희망을 선물했다. 선수들의 도전 정신과 순수한 경쟁을 보며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은 모처럼 웃고 환호할 수 있었다.

 

황선우가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의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리는 남자 수영 자유형 100m 준결승에 출전해 경기 준비를 하고 있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메달리스트의 영예를 얻지 못해도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자아낸 선수들이 있다. 11개국 출신 29명으로 구성된 난민팀이 대표적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난민팀이 출전한 건 직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10명이었던 그때보다 규모도 대폭 커졌다. 난민팀은 이번 대회 기간 12개 종목에 출전했다. 소속된 국가가 사라진 아픔과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도 인간의 한계를 넘기 위한 도전은 계속됐다.

 

수년 째 취업문턱을 넘지 못한 박민승 씨(29)는 난민팀 대표로 태권도에 출전한 키미아 알리자데(23)로부터 큰 용기를 선물 받았다고 했다. 알리자데는 18세였던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57㎏급에 출전해 동메달을 차지하며 이란 사상 최초의 여성 메달리스트가 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망명을 선택했다. 보수적인 이슬람국가의 여성 탄압이 이유였다.

 

박 씨는 "성별·인종·종교 등으로 인한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며 "메달만이 목표가 아니라는 그의 인터뷰를 보고 같은 여성으로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난관도 넘어서는 인간의 의지를 보며 올림픽 정신에 동화되는 감정을 느꼈다. 지금 상황에 감사하며 다시 한 번 달릴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난민팀 여자 사이클 선수 마소마 알리 자다(25)의 투혼도 청년 여성들에게 벅차오르는 감동을 선사했다. 마소마는 이번 대회에서 22.1㎞ 경기를 44분 4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1등과 14분 차이, 24등과 9분 차이인 꼴찌(25위)다. 아프가니스탄 태생의 마소마는 유년 시절 이란으로 망명했고, 여자가 운동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보는 나라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강승연 씨(25)는 여성은 무엇이든 도전할 자유와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는 "동갑내기 선수가 끝까지 달리는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며 "묵묵히 레이스를 완주하는 선수들과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끝내 마침표를 찍는 투지를 보며 1등만 기억되는 경쟁사회의 갑갑함이 해소되는 듯했다"고 환호했다. 이어 "현실과 과정의 벽에 부딪히더라도 나도 그들처럼 끝까지 완주해내고야 말겠다는 동기부여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높이뛰기 결선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음에도 2㎝로 차이로 메달 수확에 실패한 우상혁(25)도 빼놓을 수 없다.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4위를 기록하며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음에도 환하게 웃으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직장인 황승하 씨(29)는 "메달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음에도 경기 자체를 즐기는 우상혁의 모습을 보며 긍정적인 기운을 이어받았다"고 했다. 그는 "메달을 놓쳤다는 아쉬움 속에서도 자신을 이긴 상대를 축하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스포츠 정신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도쿄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예선 A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대한민국 김연경이 득점을 얻어내자 기뻐하고 있다.

◆"균형적 편성으로 시청자 선택권 보장하길"

 

"축구 야구 배구 중 어떤 경기를 보셨습니까." 한 방송사 앵커의 뉴스 오프닝 멘트가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메달 기대 종목이 아니거나 비인기 종목이 홀대 받는 현실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축구, 야구 등 국민 관심도가 높은 종목에 중계가 편중되는 현상은 매번 올림픽마다 반복되고 있다. 일례로 여자배구 한일전은 한국 대 멕시코 남자 축구와 한국 대 미국 야구에 밀려 경기 후반 들어서야 뒤늦게 지상파 방송을 탔다.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즐기고 응원하고 싶은 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들이 시청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민하 씨(21)는 "기대했던 종목보다 더 많은 종목에서 선수들이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일궈냈다. 하지만 비싼 중계권료로 인한 광고 판매 때문인지 방송사에서는 인기 종목들만 중계됐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채널별·매체별로 순차적으로 편성해 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했으면 좋겠다. 올림픽 정신을 생각하면 다양한 종목과 선수를 다뤄주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24일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 안산과 김제덕이 24일 오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녀혼성단체전 4강전에 출전해 기뻐하고 있다.

◆가장 화끈했던 경기는?

 

이번 올림픽에서 역시 선수들의 피, 땀, 눈물로 이뤄낸 역사적 순간과 예고 없는 감동의 드라마가 여러 차례 연출됐다. 올림픽이 주는 협력과 성장의 과정은 결과보다 더 빛났다. 그중에서도 민도연 씨(32)가 항상 챙겨 본 경기는 양궁과 여자 배구다. 그는 "지인들과 양궁 혼성 경기를 보며 실시간 중계 수준으로 떠들었다"며 "화살이 과녁 정중앙을 꿰뚫을 때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시원했다"고 했다.

 

여자 배구 대표팀이 올림픽에서 쓴 감동의 드라마에 빠진 이들도 많았다. 민 씨는 "강력한 스파이크를 보며 김희진(30) 선수에게 반하게 됐다"며 "올림픽이 끝나면 국내 여자배구 리그도 보러 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랜서 작가 김주연 씨(32)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여자배구의 전설로 대표되는 김연경(33)의 팬이 됐다. 그는 "거의 모든 경기를 챙겨봤는데 여자배구 한일전 대역전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일본의 공세가 거셌던 만큼 패배를 예상했는데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불태워 역전하는 모습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 씨는 "김연경 선수가 올림픽을 뛰기 위해 연봉을 삭감하면서까지 국내 리그에 왔다고 들었다"며 "대회 내내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격려하고 이끄는 그의 리더쉽이 존경스러웠다"고 했다.

 

◆"한국 체육계에 긍정적 시그널 되길"

 

오는 8일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일전을 지켜본 MZ세대의 관전 후기는 어땠을까. 이번 올림픽이 한국 체육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물었다.

 

김윤철 씨(32)는 "이번 도쿄올림픽은 한국 체육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가 됐다고 본다"고 담담한 표정으로 운을 뗐다. 그는 "올림픽 기초 종목인 육상, 수영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선수들이 나왔다. 저변을 넓히려는 계속된 시도가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경쟁의 성과만 부각해온 메달 지상주의가 퇴조한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메달 수확에 실패한 선수에게도 질책과 비판이 아닌 진심 어린 격려가 쏟아졌다"며 "부진한 선수들을 탓하는 이들을 보지 못했다. 순수한 경쟁에서 비롯된 인류의 연대감이 메달의 영광보다 이상적인 가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엘리트 체육계의 낡은 사고방식과 열악한 인프라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연욱 씨(29)는 "한국 양궁이 이렇게 세계 최강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현대 기업의 탄탄한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깊이 3m가 되는 수영장에서 연습하고 싶다는 황선우 선수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어떤 스포츠 종목이든 이상적인 결과를 낳기 위해선 충분한 투자가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선수 역량에만 기댈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운동에 관심 있는 많은 인재를 발굴하고 재능 있는 선수들을 일류로 키워내기 위해 경제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국가적 차원에서 운동계 인프라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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