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악화 기업 무상감자 진행에
감자 후 기존 주주가치 훼손 지적
경영진 회사 매각 의도 의구심도
재무안정성이 악화된 일부 코스닥 기업의 무상감자 발표가 주주들로부터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상감자가 3자배정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매각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따라 투자손실 위기에 놓인 소액주주들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와 표 대결을 선언하고 있다. 일부 상장사는 무상감자를 철회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비슷한 시기 국내 조선사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삼성중공업도 무상감자를 발표하며 눈길을 끌었다.
◆코스닥 무상감자 발표에 의구심 커져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매매정지된 코스닥 상장사 S사. 지난해 10월 주요 임원의 불법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현재까지 거래정지 중이다. 지난 3월 임시주총을 통해 무상감자(10대 1) 안건이 통과된 후 곧바로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평가되는 에스엠(SM) 그룹 소속 SM중공업으로부터 지난 14일 기업매각절차 속행중지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란 공시가 나온 것으로 보아 인수전을 놓고 물밑경쟁이 치열한 상황으로 추정된다.
최근 반도체 장비업체 코디엠 역시 S사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디엠은 2억6323만주에 달하는 발행주식수를 2632만주로 줄이는 10대 1의 무상감자를 지난 18일 임시주총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앞서 회사 측은 감자사유에 대해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감자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다.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사유라면 보통결의 요건이 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도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동안 코디엠 주주들은 유상증자나 CB 발행으로 이어지면 감자 공시 이후 20% 이상 주가가 추락한 상황에서 추가 손실이 불가피 하다고 호소했다. 무상감자를 저지하겠다는 주주연대의 움직임이 성공한 셈이다.
인성호 코디엠 주주연합대표는 "무상감자가 통과됐다면 3자배정 유상증자나 CB 발행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며 "회사의 부실투자를 과감히 정리하는 경영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주주연합은 지분공시를 하고 추가적인 주총을 통해 회사 경영진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자가 지분 없는 경영진이 회사를 손쉽게 매각하려는 의도라는 의구심도 있다. 상장사가 감자를 진행하면 주식 금액이나 주식수의 감소 등을 통해 자본금이 감소한다. 자본금이 줄어드는 만큼 M&A 시장 참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 없이 3자배정 유상증자나 CB에 참여할 수 있다. 반대로 경영진은 적은 금액만 증자해도 새로운 대주주를 영입하기 쉬워진다.
◆삼성重도 무상감자…"부실기업과 달라"
반면 우량 기업인 삼성중공업도 최근 5대 1 무상감자를 진행해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중공업은 연간 기준 6년 연속, 분기 기준 14분기째 적자를 이어오며 자본잠식 위기에 놓이자 활로로 무상감자를 택했다. 발행주식수는 유지하면서 액면가 5000원 주식을 1000원으로 감액하는 방식이다.
그래도 삼성중공업은 일부 한계기업들과 다르다는 평가다. 주식 액면가액만 내렸을 뿐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는 데다 전방산업의 업황개선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 감자는 주주가치를 보존하며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때문에 오히려 주주에게 긍정적인 이슈"라며 "다만 액면가 감자 방식이기에 우호적 재무구조 개선이지만 유상증자로 주주가치 훼손 효과가 발생해 서로 상쇄되는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실기업과 삼성중공업과 같은 우량한 기업들의 무상감자는 다른 잣대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상감자는 기본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감자를 한 후 곧바로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추가적인 재무구조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성 높은 사업모델을 가진 데다 실질적으로 수주확대라는 구체적 성과랑 연결이 되는 삼성중공업 같은 우량기업의 무상감자와 코스닥 한계기업의 무상감자를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한계기업 무상감자는 M&A 시장에서 쉽게 회사를 매각하려는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감자 이후 증자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매각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주주 입장에서 알 수도 없는 만큼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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